그러니 이쯤에서 너도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한다. 아빠가 말할때 딴데 보지 말고 눈에 힘주고 아빨 똑바로 쳐다보고 집중해서 들어봐.
니가 꼭 해야 할일이고 앞으로 널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니 새겨들어야 한다.
첫째 편식하지 말것
둘째 소리지르지 말것
셋째 콜라 조금만 먹을 것
편식은 건강에 안좋단다. 너는 햄버거 먹을때 야채는 쏙 빼고 고기와 빵만 먹고
밥 먹을때도 좋아하는 반찬이 있으면 오로지 그거 한가지에 올인 밥을 먹잖니.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모든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먹어야 해. 특히나 당뇨가 있는 넌 야채나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하거든.
그래야 병원에 안가지.
둘째 소리지르지 말 것
이 문제는 아빠도 너에게 말하려니 가슴이 아프다. 사람들을 향해 싫다거나 나쁘다거나 안된다거나 분명하게 너의 의사를 말로 표현해 전달하고 싶지만 의사소통이 힘든 널 이해못하고 무시하거나 알아주지 않을때 답답하고 화가 나니까 큰소리를 지른다는 걸 부모인
엄마 아빠야 이해하고도 남지만
너의 사정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은 널 이해하기 쉽지않단다.
극장안에서나 전철안에서 혹은 식당에서는 특히
다른 사람들한테도 피해를 줄수 있으니 너의 목소리톤을 음계라고 알지. 도레미파솔라시도 중에서 미 높이로 목소릴 낮춰야 하는거야.
감정을 콘트롤하는 뇌의 기능과 배열이 남들과 달라 소리를 지르게 되는 거지만 여하튼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면 안되는 거다.
영화 볼 때도 쉿. 식당에서도 쉿 전철안에서도 쉿.
이제 우리도 조용히 살아보자. 알았지.
셋째.
콜라를 많이 마시는 문제는 당분이 적은 제로콜라로 바꾸었으니 어느 정도 해결이 되어 다행이다.
그런데 제로콜라가 무과당음료라 혈당이 높아지지않는다 해도 물을 자주 마시는게 건강에 훨씬 좋다. 제로콜라에도 달달한 맛을 내는 성분도 조금 들어갈거고 커피처럼 카페인도 들어 있어 적당한 양만 조절해 마셔야지. 카페인이란게 몸안에 많이 들어가면 잠도 잘 못자고 부작용이 많아. 커피 무진장 좋아하는 엄마도 가끔 잠이 안온다고 할때도 있었잖아.
TV에 나오는 의사선생님이 한 말이니까 믿을 만 한 얘기다. 아빠도 간수치가 높아서 물을 많이 마실거란다.
너 어릴때 피자의 관한 추억 기억나니?
니 동생이 초등학교 입학 전이니까 일고여덟살 쯤일거고 너도 특수학교 고등부 였지. 아마.
피자 한판이 배달되면 너는 예리하고 정확한 눈대중으로 젤 작은 조각을 골라내 엄마 아빠에게 선심쓰듯이 겨우 한조각만 나눠주면서도 하나뿐인 남동생한테는 무제한의 피자 식용권을 부여하는 특혜를 주었지.
비오는 날 우산도 없이 부리나케 뛰어가는 아파트복도까지 쫒아가 동생손에 우산을 쥐어주는 너와 동생의 우애좋은 장면을 보며 엄마 아빤 너희들을 나무남매라 불렀지.
너한테는 정말 미안한데 가끔 아주 가끔은 니가 발달장애를 앓고 있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부질없는 생각도 해봤단다.
발달장애를 앓게 된 건 너와는 무관한 선택인데도 부질없는 상상을 하다가
이내 곧 후회를 했었지.
사랑하는 딸아.
오랫동안 벼르고 별렀던 일이며
너와 내가 마음으로 읽어야 할 긴 편지를 이제 쓰려고 하니 괜시리 맘이 설렌다.
그다지 성실하지도 않고 기복이 심한 아빠가 기한을 정하지않은 편지글을 꾸준하게 써야하니 한편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아빠에겐 아빠가 살아있는 동안 널 위해 반드시 져야할 책임이란게 있거든.
아빠가 글을 쓰기전에 아빠의 생각을 네게 말해줬었잖아.
아빠 글의 주인공은 당연히 너고 따라서 니가 나레이숀을 하며 우리가 지나온 날을 이야기하는 형식이 될거다.
혹시라도 글쓰는 날이란 걸 잊어버리고 지나칠까봐서 스마트폰 달력에다 빨간 색으로 '글쓰는 날' 이라 입력까지 해놓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