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tryJee Jul 10. 2021

대학원 꼰대의 '라떼는' 이야기-#2.2

#2. 발표는 이렇게 -part 2. 이렇게 발표하면 좋을 텐데 말이야

지난 part 1에서 청자의 울화를 부르는 발표를 몇 가지 소개했다. 이번 회차에서는 화기애애하고 평화롭게 마무리할 수 있는 욕먹지 않는 발표법에 대해 알아보겠다. (칭찬은 기대하지 말라. 당신은 고래가 아니고, 교수님은 조련사가 아니다. 대학원생에게는 평화가 행복이다.)




Part2. 발표의 기본형발표하면 좋을 텐데 말이야

Part1에서 말했듯 대학원생은 발표할 일이 정말 많다. 데일리, 위클리 미팅, 팀 미팅, 워크숍, 학회 등등. 보통 이런 미팅 자리에서 교수님 이하 연구실의 모든 구성원들이 모여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혹은 그 주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연구결과를 발표한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한 가지는 그동안 네가 한 일이 무엇인지 체크한다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데이터를 근거로, 실험자가 세운 가설이 진실임을 동료들에게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발표뿐만 아니라 슬라이드의 구성 자체도 논리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어야 한다.    


하나. 슬라이드의 구성

1) Title (표지)

표지에는 네 가지 항목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제목, 발표 날짜, 소속, 이름'이다. 특히 학회나 공동연구회의와 같이 대외적인 미팅에서는 예시처럼 소속을 나타내는 엠블럼을 넣어주면 좋다.

'제목'은 주제를 명확히 나타내어야 하며, 광범위한 제목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2) Introduction (도입부)

Introduction은 이 연구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 연구가 왜 필요하며(필요성), 어떤 실험을 할 것인지(연구 가설과 실험 디자인) 밝히는 스텝이다. 

슬라이드 내에 소제목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의 주제를 적어주는 것이 좋다.  문헌의 그림을 적절히 인용하면 연구 배경과 이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며 설명하기도 쉽다. 이 경우 반드시 참고문헌을 주석으로 달아야 한다. (많은 친구들이 귀찮다고, 바쁘다고 참고문헌을 달지 않는데 그거 저작권 침해이다.)

 


3) Result (결과)

실험 결과를 제시하는 슬라이드이다. 실험 목표, 실험 조건, 실험 데이터, 실험의 결론이 제시되어야 하며, 약어나 실험에 사용한 약물의 역할 등을 주석으로 달아주는 것이 좋다. 

실험 목표는 연구 전체를 관통하는 목표도 있고, 실험 하나, 그래프 하나하나에 따르는 목표가 존재한다. 그것을 숙지하고 제시해 주어야 한다. 실험 조건은 동물 모델, 세포 모델, 약물 사용, 시간, 농도 등을 한눈에 보기 쉽게 제시해 주는 것이 좋고 타임테이블 등을 이용하면 좋다. 실험 데이터는 바이오 분야에서는 주로 그래프 또는 그림으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은데,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디스플레이하는 것이 비교가 쉽고 이해가 쉬운지 고민해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야 동료를 설득할 수 있다.  



4) Conclusion/Further study (결론/향후 계획)

결론은 introduction에서 제시한 가설을 본인의 실험 데이터가 충분히 증명했는지, 그래서 어떤 결론에 이르렀는지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예시에 제시한 것처럼 그래픽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이해가 쉽고, 예쁘고, 요즘 트렌드이다.  

그리고 연구가 가지는 의미, 예를 들어 새로운 발견 (novel finding)이라던지, 희귀병의 치료법이라던지 하는 의미가 있다면 강조해 주고, 가설을 증명하는 과정 하는 과정에 있어서 논리적인 허점이 있다면 이실 직고 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아니면 미친 듯이 공격당해 멘탈이 털리기 딱 좋은 먹잇감이다. 그리고 아직 실험이 마무리가 덜 되었다면 향후 추가되어야 할 실험에 대해 언급해 주면 된다.




둘. 프레젠테이션은 두괄식

당신의 데이터를 설명할 때,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라. 그 뒤에 결론에 이른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 좋다. 교수님은 바쁘다. 그리고 교수님이 들어야 할 발표는 너님 하나만이 아니다. 장황한 설명은 교수님과 너의 동료들을 쉽게 지치게 하며 집중력을 흩트려 놓는다. 즉, 대체 '얘가 뭐라고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거다.

그런데, 일단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면 그것을 염두에 두고 당신의 발표를 들으며 슬라이드를 훑어보는 것 만으로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오히려 말을 좀 실수하더라도 당신의 청중은 목적지를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에 본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면, ' 실험은 약물 Y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약물 Y 농도 의존적으로 효소 A 활성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결과를 자세히 보시면.......'이라 발표한다면, 뒤에 아무리 길게 설명한다 하더라도 핵심 문장은 이미 다 말했고, 여러분의 동료는 이미 다 알아들었다.



 

셋. 실험에 문제가 있을 땐 해결책을 찾아올 것

실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지만 실험이 망했거나(실패), 지난 실험과 다르게 나오거나(일관성 결여), 예상과 다르게 나올 경우(가설 불일치) 등이 있다. 이런 경우 원인을 분석해서 실험을 반복해야 하는지, 조건을 바꿔야 하는지, 가설을 수정해야 하는지 등을 파악해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듣는 청중이 실험을 망친 범인을 찾기 위해 당신의 실험 과정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다 같이 과거로 여행을 떠나도록 하는 것은 최악의 발표가 되겠다. 실례로, 나는 내가 몸 담았던 한 실험실의 안나(가명)라는 친구와 함께 매주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씩 그 친구의 실험 과정을 되짚는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며 질문 폭탄을 퍼부어야 했다. 왜냐하면 안나 스스로 무엇이 문제인지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실험 조건 하나하나에 대해 어떻게 했는지 질문을 해야 했다 (심지어 셀의 농도, 셀이 얼마나 늙었는지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여러분! 여러분이 노력해야 많이 배운다. 대학원생 여러분이 착각하고 있는 게 있는데, 여러분의 선배나, 포닥은 여러분을 가르쳐줄 의무가 없다. 사실은 자기 연구만 해도 된다. 교육의 의무는 교수에게만 있다. 그럼 왜 가르쳐 주냐고? 자신들도 도제식으로 선배들에게 배웠기 때문에 보은을 하려는 의미와 내게 월급을 주는 내 갑님인 교수님께서 여러분을 가르쳐 주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고, 트러블슈팅을 해야 하는데, 피 같은 한 시간 반이 지나간다면, 그래서 내 퇴근시간이 한 시간 반이 늦어진다면, 내 실험이 한 시간 반이 밀린다면? 그게 매번 반복된다면???? 당신에게 조언을 주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해답은 문헌에 있다. 비슷한 실험을 한 그룹이 있는지, 결과는 어땠는지, 나랑 다른 조건은 무엇인지 끈질기게 찾아야 한다. 그렇게 찾은 정보를 가지고 논의를 부탁한다면 누구든 환영할 것이다. 일단 기특하고, 말이 통하지 않겠는가?  




지금까지 데이터를 발표할 때 슬라이드 만드는 방법과 발표의 기본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여기에 소개한 것은 기본 사항으로 형태나 디자인 등은 얼마든지 변형 가능하지만, 발표할 때 필수로 들어가야 하는 요소이다.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