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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tryJee Jul 22. 2021

치매 극복의 시대가 오는가?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아두카누맙(Aduhelm)의 효과와 한계

아두카누맙은 최초의 치매 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 


지난 6월 7일,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상품명 Aduhelm)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로 미 FDA의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이는 알츠하이머 치매에 대해 승인된 최초의 신약으로, 치매 극복의 길을 열어 줄 것으로 기대가 되지만, 승인 과정에 논란과 진통이 있었고, 조건부 승인인 점과 신약의 적용 범위가 좁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그럼 아두카누맙이 지닌 가능성과 한계점은 무엇일까?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아두카누맙

아두카누맙은 항체치료제로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 중 하나인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 Aβ)에 결합해 이를 제거한다. 아밀로이드 단량체(monomer)에는 결합하지 않으며, 응집된 형태의 아밀로이드(amyloid oligermer)에 결합한다.  

그림 1.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과 아두카누맙의 작용기전 (ref 1)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의 뇌에서는 아밀로이드 전구체(amyloid precursor protein, APP)가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절단되어 베타 아밀로이드(Aβ)가 생성되는데, Aβ가 응집되어 다량체(oligomer)를 거쳐 아밀로이드 반(amyloid plaque)을 형성함으로써 신경세포 독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아밀로이드 반에 의한 신경세포 사멸과 염증이 사고력과 기억력 악화의 원인이라는 것이 베타 아밀로이드파 학자들의 주장이며, 아두카누맙은 베타 아밀로이드 이론을 실현한 최초의 약물로 인정받은 것이다.



경도인지장애/경증 알츠하이머 치매에 적용

아두카누맙은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기능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임상 양상은 치매 증상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경우부터 주관적 단순 건망증, 경도인지장애(치매의 전 단계), 그리고 치매 단계(경증, 중등도, 중증)로 나뉜다. 아두카누맙의 임상 3상 시험은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경도인지장애와 경증 단계의 알츠하이머 치매)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러므로, 증등도나 중증의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게는 투여할 근거가 부족하다. 또한, 알츠하이머병이 치매의 유일한 원인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병 60-70%, 혈관성 치매 20-30%) 적용범위가 넓지 않다는 점에서 아두카누맙의 첫 번째 한계점이 발생한다.


유효성 논란과 임상 4상

3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던 2019년 3월, 바이오젠은 중간분석 결과 아두카누맙이 치료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측되어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19년 10월에 바이오젠은 추가로 임상시험 결과를 분석한 결과 2개(EMERGE, ENGACE)의 임상 3상 시험 중 EMERGE 연구의 고용량 투여군(10mg/kg)에서 대조군에 비해 임상 치매척도인 CDR-SB가 23% 호전된 것을  확인하고 치료제 개발을 재개해서 FDA에 시판 허가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2020년 7월 바이오젠은 아두카누맙의 승인을 위해 미국 FDA에 우선 검토(Priority Review)를 신청했다.


하지만, 아두카누맙의 FDA 승인과 관련하여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신약 승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유효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고 전문가들은 아두카누맙의 유효성 검증을 위해 별도의 3상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아두카누맙의 임상 3상 시험은 ENGAGE와 EMERGE 2개의 거의 동일하게 디자인된 연구로 구성된 임상시험이었는데, EMERGE연구는 1차 평가변수를 충족했으나 ENGAGE는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같은 이유로 미 FDA 자문위원회는 아두카누맙의 효과를 입증할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해 작년 11월 초 비승인 권고를 결정했다.

그림 2. 아두카누맙의 임상 3상 결과; EMERGE와 ENGAGE 연구에서 CDR-SB 비교 (ref 2)


이 외에도 아두카누맙은 많은 전문가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2020년 11월 6일, FDA 자문위원회에서 11명의 자문위원 중 8명이 유효성 인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했으며, 자문위원회는 추가 임상시험을 통해 유효성을 입증할 것을 FDA에 권고했다. 또, 2021년 3월 30일, 미국 FDA 자문위원회 소속의 전문의 3인(G. Caleb Alexander, Scott Emerson, Aaron S. Kesselheim)은 미국 의사협회지(JAMA) 논평을 통해 아두카누맙의 임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FDA 승인에 반대하는 의견을 재차 표명했다. 이에 따라, FDA는 관련 규정에 따라 2021년 3월 7일까지 승인 검토를 마칠 예정이었으나, 심사 기간을 3개월 연장해 심사 기일을 6월 7일로 변경했다.


그러나 2021년 6월 7일, 유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 FDA는 가속 승인제도(Accelerated Approval Pathway)에 따라 아두카누맙의(상품명 Aduhelm) 시판을 조건부 승인했고, 그 조건은 임상 4 상인 시판 후 조사를 통해 효능을 추가로 입증해 제출하는 것이다. 임상 4상 결과에 따라 아두카누맙의 승인은 철회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아두카누맙의 문제점

#연구결과의 신뢰도 문제

아두카누맙의 미 FDA 승인 과정에서 계속해서 지적된 것은 유효성에 관한 것이다. 앞에서도 설명했듯, EMERGE와 ENGAGE 연구는 거의 동일하게 디자인된 임상 3상 실험으로 차이점은 EMERGE가 ENGAGE에 비해 4주 늦게 시작했을 뿐인데, 바이오젠은 이 EMERGE연구에서만 유효성이 나타난 이유가 이를 포함한 여러 요인에 의해 더 고농도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여러 요인(multiple factors)'이 무엇인지 밝히지는 않았으며, 고용량 아두카누맙에 충분히 노출된 환자의 수도 1643명 중 30명에 불과하다. 거의 동일한 실험에서 결과가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재현성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이유이며 과학계가 아두카누맙의 유효성을 의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EMERGE 연구의 고용량 치료군에서 유효성을 보인다고 했으나, 실제 임상 치매척도(CDR-SB) 값으로 봤을 때 대조군의 CDR-SB가 76주 동안 1.74점 증가한 반면 고용량 치료군은 1.35점 증가하여 대조군에 비해 치료군에서 23%만큼 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CDR-SB 총점이 18점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76주라는 기간 동안 0.39점의 차이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 원광대 의대 교수이자 디멘시아 뉴스 양현덕 기자는 말했다.


#베타 아밀로이드 vs 타우

유효성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아두카누맙이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인데, 여기에도 한계점이 존재한다. 과연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것 만으로 알츠하이머 치매가 치료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은 다양하나, 크게 두 가지 가설로 설명된다. 앞에서 설명한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과 타우 가설이다.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인산화되어 응집되고(tau aggregation) 신경세포에 축적되면 신경섬유 덩어리(neurofibrillary tangle, NFT)를 형성하게 되는데(그림 1), 이것이 신경세포 독성을 나타낸다고 하는 것이 타우 가설이다. 알츠하이머병 연구 초기에는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이 유력하게 주목을 받다가 유전자 변형 쥐에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만으로는 치매의 발병이 일어나지 않자, 타우 가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는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의 축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치매를 유발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한 가지 원인의 제거 만으로 알츠하이머 치매가 치료될 것인가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아두카누맙이 경도인지장애와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에 제한적으로 효과를 보이는 것은 이러한 점에 원인이 있는지도 모른다.  


#임상 4 상의 성공 가능성?

이러한 많은 한계점 때문에 과학자로서 나는 아두카누맙의 임상 4상 성공 가능성을 낮게 점칠 수밖에 없다.  만일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치매 치료의 길이 열린 것처럼 침소봉대하지 않았으면 한다. 왜냐하면 아두카누맙은 아밀로이드 펫 스캔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은 환자 중 '경도 인지장애'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만 유효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존 하디 교수는 "이 약은 아주 신중하게 선택된 일부 환자들에게만 미미한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매우 명확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치매 치료제의 이정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현재 아두카누맙의 뒤를 따르는 항체 치료제들이 개발되고 있다. 도나네밥(Donanemab, Elli Lilly), 레카네맙(Lecanemab, BAN2401, Biogen/Eisai)등의 항아밀로이드 항체를 이용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고, 타우를 표적으로 하는 고수라네맙(Gosuranemab, Biogen), 세모리네맙(Semorinemab, Genentech), 틸라보네맙(Tilavonemab, AbbVie), 자고테네맙(Zagotenemab, Elli Lilly) 등의 항타우 항체를 이용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나는 과학자로서 치매를 완전히 치료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치매의 치료는 감염된 세균을 항생제로 없애는 것과 다르다. 노화를 늦출 수 없고 생체시계를 되돌릴 수 없듯이 뇌의 전반적인 부분에 생긴 병변을 완전히 제거하긴 어렵지 않을까. 원인도 일부분밖에 모르고 속을 들여다볼 수도 없는데. 그러나 동시대를 살아가는 과학자와 연구진들이 내놓는 결과물을 살피다 보면 늦출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그것도 꽤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말이다.




참고문헌

1. Panza et al., 2019., Nature Reviews Neurology, A critical appraisal of amyloid-βtargeting therapies for  Alzheimer disease.

2. Haeberlein et al., EMERGE and ENGAGE Topline Results: Two Phase 3  Studies to Evaluate Aducanumab in Patients With Early  Alzheimer’s Disease. Bio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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