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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Apr 29. 2024

배우 유해진을 산속에서 만나다

Feat. 산속에서 만난 사람들

뒷산 산책길을 따라 올라가면 숲이 나온다. 어르신이 앉아 벤치프레스를 하거나 간혹 노래를 크게 부르신다. 답답하셨는지 안 나오는 목소리를 크게 야호 하며 외친다. 높은 산아닌데. 그 길을 따라 올라가면 계곡이 나온다. 새가 지저기고, 꽃과 나무가 있다. 밤나무서부터 목련, 개나리, 진달래 등.

산책로에는 맨발 걷기가 유행인지 간혹 초겨울에도 걷기를 한다. 몸에 좋다는 걸 하는 건 좋은데, 저러다 동상걸리는 건 아닌 모른다. 하도 걸어서 그런지 땅이 맨질맨질하고, 빗자루며, 노란 의자 두 개까지. 쓸고 닦고 하면서 아픈 정보에 대한 이야기 한다. 어디가 아프고 뭐에 좋고.  맞은편에는 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사람이 의자에 앉아 멍하니 있다. 코로나시기에는 답답하다는 이유로 개모임을 자주 한다. 사람보다는 개에 집중하면서 수다를 하는 사교모임이 한창이었다.

구간을 빠져나오면  할머니 한분이 계신다. 이  할머니는 동산 정상에 고양이 밥을 주는데, 고양이한테 자식처럼 말을 건다. 고양아. 밥 먹어라. 나비야. 간혹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 야가 제가 키운 거예요. 밥도 잘 먹어요. 사람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가끔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말하다가  화를 버럭 낸 경력이 있는 모양이다.

노랗고 하얀 털을 가진 고양이는 할머니 손에 길이 들여졌는지, 햇빛 좋은 날이면 양지바른 곳에 앉아 일광욕을 한다. 그리고 사람이 지나가면 피해야 되는데, 밥 주나. 아니면 먹을 거내노라는 눈치다. 살이 쪄서 누워서 고개를 쓱 들고 웃는 모습을 하면서 쳐다본다.  팔자 좋다 하면 손으로 얼굴을 비비는 행동을 한다. 웃긴 고양이다.

아무튼 일 차선 도로를 따라 산책로를 걸어간다. 동네와 높은 산이 보이는 언덕길을 오른다. 나이 지긋한 중년, 노년의 사람들이 간간히 걸어간다. 숲이 우거진 의자에 앉아 쉬기도 한다. 산속에 리 잡은 군부대를 지나 높은 산 적막하다. 산이 점점 가파르고 내리막에 자전거를 내리 달리며 바람을 가르고 달린다.

그렇게 산 언덕을 오르면 공기가 차고 신선하다. 사람의 인기척이 없는 계단을 내려가고 오르기를 반복한다. 주위에는 산과 산 아래 동네가 보인다. 그림이다. 그런데 걸어가는 중, 바위와 나무 사이에 웬 군인처럼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 날카로운 눈매에 검은등산복을 입은 남자가 바위에 삭 하고 숨는다. 서로 놀라서 뭐지 하는데, 자세히 보니 검은색 모자를 푹 눌러쓰고, 흰자와 툭 튀어나온 하얀 이빨 보인다. 노려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먼저 지나가라는 건지 알 수 없다. 수신호나 암호를 대볼까 했는데, 수상해서 자세 보니 군가 닮았다. 아. 배우 유해진이다.

눈빛으로 경계하던 찰나. 서로 재빨리 가던 길을 스쳐 지나갔는데, 뒤를 돌아보니 산다람쥐처럼 날렵하게 내려간다. 사인이라도 받아두는 건데. 방송에서 체력관리를 한다고 하데, 가끔 산에 가면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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