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훈 May 27. 2024

산다는 게 뭔지 알 수 없다

인생을 논하지도 따지지도 맙시다

산다는 게 뭔지 알 수 없다. 인생이 어디로 가서 어디로 가는 건지  스쳐가는 생각에, 또 쓸 때 없는 생각을 한다. 저 마다 사는 이유가 있을 텐데,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 건지 괜한 생각이 스쳐 갈 때면 헛헛한 마음이 든다.

무엇하나 제대로 한 것이 있나라는 마음이었을까. 이룬  없이 살아온 세월 때문에 그런 인지, 아니면 지금 현재의 삶이나 미래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냥 가끔은 내가 지금 무엇을 고 있는지 조차 알 수가 없다. 삶은 내 의지대로 살아왔고, 살아내고 있고, 살아가고 있다. 사춘기가 지났는데, 오춘기도 아닌 것이 왜 이런 쓸 때 없는 생각은 불현듯 찾아오는 것인가. 한가로워서 그런 것인지, 사람을 만나지 않아 그런 것인지, 외로워서 그런 것인지 알 수도 없다. 누구는 결혼 하고, 누구는 일을 하며, 누구는 혼자 살고 그러는데, 또 남과 비교하며 나를 돌아봤던 마음 때문에 그런 것이었을까. 산다는 것은 저마다 이유가 있는데, 그 이유가 뭔지 알 수는 없다.  수가 없다는 말로 인생은 알다가도 모르는 거다. 그러니깐 인생을 논하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살아야 된다.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좋아하는 것 하며, 살다 보면 내가 그렇게 살았구나 하는 것이다.


어제는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다. 동네 코너에는 옷가게있었다. 새로 생긴 곳인데, 아주머니는 늘 무언가 간식거리를 드시고 있거나, 다른 아주머니랑 대화하고 계셨. 몇 개월 뒤, 그 가게가 없어졌다. 최근에 다시 옷가게가 생겼는데, 가게 아주머니는 지난번 옷가게다 가격이 반이나 저렴했다. 옷은 반팔티에 가볍게 시작고, 형광색종이에 쓴 삐뚤빼뚤한 손글씨와 실내에는 밝은 빛으로 인상이 좋아 보다. 소일거리로 나와 판매하는 것 같은데, 비가 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손님은 거의 없었다.

거리를 걷다가 한 껏 비가 몰아다. 집 앞 계단는 풀이 자라났다. 사람이 사는 집 같은데, 정리가 안 돼있는 것인지 아니면 치된 곳인지 알 수 없다. 잠시 빗줄기를 피해 멈춰 섰다. 사람 사는 곳은 정리가 되어있기도 하고, 어질러져있기도 하다. 사람이 사는 곳은 어둡기도 하고, 밝기도 하다. 비가 오기도 하고, 바람이 불기도 며, 춥기도 하고, 덥기도 하며, 그러다가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걸었다. 


동네 편의점에 들렀다. 이 할머니는 동네에서 꽤 오래 장사를 하는 사람이다. 아이스크림가게도 하다가 접고, 편의점을 운영하고, 이곳저곳 동네 몫을 찾아 장사를 잘하는 할머니다. 10년 전쯤인가 그때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 건강이 안 좋다면서 말씀하셨다. 돈계산만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프셔서 머리가 많이 빠지셨다. 지난번에 들렀을 때는 "막걸리 있나요?" 여쭤보니, 계산 테이블에 기대어 바깥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까딱 가리켜면 빙그레 웃으시면서 하는 말이, "기 나가면 있어요."라고 하셨다. 그래서 밖에 어디 있나 한참을 찾았는데, 는 막걸리가 없어서 그냥 갔다.

그 후, 오랜만에 편의점 들렀는데, 이번에는 찾는 막걸리가 쌓여 있었다. 계산을 하기 위해, 문을 열어보니 가게에 손님이 없었다. 계산대에 막걸리를 올려놓고 코너 천장에 거울 속에 비친 할머니가 물건을 정리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계산 좀 해주세요." 그랬더니 다정한 목소리로 할머니는 "네~계산해 드릴게요." 하시더니, 계산대로 와서, "뭐 계산해 드릴까?"재차 말씀하셨다. 그래서 말걸리에 손을 가리키면서 "이것 좀."까지 말하고 말을 아꼈다. 할머니는 '아 걸리 사시는구나." 하시며 계산을 하셨다.


보통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젊은 사람들은 거의 말을 안 한다. 정말 필요한 말만 한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계산 다되셨어요." 그런데 할머니는 과하게 친절한 태도로 말는 것 같아서, 그런가 보다 했다.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써서 그런지는 몰라도, 얼굴을 쳐다보는 것 같아서, 뭐지? 하고 할머니를 쳐다봤더니, 빤히 쳐다보는 할머니는 이번에는 아주 상냥한 도로 "봉투 필하실까요?"말씀하셨다. 그래서 "아니요. 괜찮습니다." 하고는 가지고 온 가방 막걸리 두 통을 차례대로 담는데, 할머니는 막걸리 그렇게 눕혀서 담으면 말걸리가 쏟아진다면서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네네 했더니,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시는 것이었다. 무 과한 친절의 말씀에, 편의점마다 분위기가 다 건지는 몰라도, 불필요한 말이나 과한 친절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물건을 담고 카드를 가져가려고 하는데, 할머니는 또 카드에 손을 가리키시면서, "카드 챙겨가세요."라고 말씀하셨다. 점점 부담스러워서  네네 감사합니다 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나왔다. 할머니는 뒤통수에다 대고 안녕히 가세요라고 말씀하셨다. 고개를 다시 숙이고 나왔다.

편의점 젊은 아르바이트생은 대부분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간단명료하게 응대고, 이 편의점 할머니는 과한 친절 응대하셨다. 어쩌면 오히너무 과하지도 너무 덜하지도 않은 표현상대방에게 좋은 이미지를 가져가다 주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삶은 너무 알면 머리가 아프고, 너무 모르면 이리저리 헤매고 돌아다는 것처럼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을 축제처럼 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