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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May 22. 2024

공용계단 입구에 서있는 학생과 마주하다

부탁하는 말로 말해보기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시장 앞에는 할아버지가 무릎을 구부리고 줄담배를 태우고 계셨다. 시장에는 사람들이 약간 있었다는데, 새로 생긴 수제 아이스크림집에는 몇몇 손님밖에 없었다.

예전에 비하면 손님이 별로 없는 시장과 과일가게, 휑한 골목, 그 자리에는 고깃집이었는데, 다른 종목으로 바뀌었다. 공실이 있었고, 사람들이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동네 한 바퀴를 돌아 집으로 오는 길에 유치원이 있는데, 아이들이 이미 끝나 집에 간 모양이다. 집 근처에는 중학교가 있다. 수업이 끝났는지 중학생분들내려오고 계셨는데, 교통지도를 하는 분이 차가 오니 기다리라고 했다. 학생 중 한 명은  반말석인 말투로 큰 목소리로, 왜 기다려야 하느냐는 식으로 말했다. 의아스러워 고개를 돌아보았다. 그분은 익숙하다는 듯이 "차가 오니깐, 기다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걸어서 거의 집까지 왔는데, 분리수거하는 날이라서 그런지 경비아저씨와 아주머니, 아저씨 한 분이 서로 말없이 분리수거를 하고 있었다. 경비실 앞에는 오래 사신 할머니 한분과 다른 한 분이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우편함을 보니 우편물이 없어서 올라가려고 하는데, 복도에 중학생 두 명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말없이 있었다. 또 두 명의 중학생은 계단 입구에 서서 있었다. 서로 대화를 안 하고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공용계단으로 올라가려고 고개를 숙이고 비켜달라는 제스처를 취하면, 보통은 비킨다. 그런데 고개를 들어 보니 눈앞에 서서 안 비키고 있어서 뭐지 하고, 다시 고개를 숙이고 비켜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는데,  다시 고개를 들보니, 학생분은 눈을 멀뚱멀뚱 뜨고 시선을 어디다 둘 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계셨다. 아뿔싸. 먼저 서 계셨지. 그래서 고개를 숙이면서, 공손한 말투로 "잠시만요. 좀 지나갈게요." 했더니, 옆에 학생이 그제야 "나와" 말했고, 학생분은 옆으로 걷는 걸음으로 천천히 비키셨다.

몇 년 전에 티브이에서 인터뷰를 했다. 학교 앞에서 교통 봉사하는 할아버지 요즘 학생들은 자기중심적이어서 예전처럼 어른이 이야기하면,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거나 말을 듣는 게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가야 하는 길에 왜 멈추라고 반문한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웃으시면서, 요즘은 학생한테 부탁하는 태도로 말을 해야 한다면서, "학생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차가 오면 위험하니깐요."라고 부탁하며 말했더니, 학생들은 가만히 있는다는 것이었다. 그 뒤로도 부탁하는 태도로 말을 했더니, 오히려 학생은 고생하신다며 인사를 건넨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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