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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May 23. 2024

일상은 소박할 때 행복하다

글을 끄적이다 밖으로 나가다

아침에 일어나 원고를 고친다. 아무 책이나 골라 읽어보고 , 읽기 싫은 글이 있다. 그럴 때는 조금씩 읽고 덮는다. 한 책을 끝까지 읽으면, 좋든 싫든 글을 쓰는데 영향을 준다. 그리고 어떤 책은 술술 읽히는데, 소설책은 인물이 죽어야 끝나는 것인지, 아니면 죽음과 연관이 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좋은 내용은 없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한편으로는 글쓴이가 그만큼 고통스러웠으리라 여겨진다. 그러다 원고 내용을 살펴보고, 나의 이야기를 적어나가는 것뿐인데도, 기억하고 고치는데, 중간중간 빠진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한 절마다 적어 내려간다. 고치고 쓰고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있다. 그때의 나를 기억하면서 글을 적다 보니 말이다. 그리고 며칠을 한절에 매달려 쓰다 보면, 쓸 때없이 그 몇 배의 페이지가 나온다. 잊혔던 장면을 복원하듯이 글을 적어 내려가고, 다시 쓰러져 널브러져 있다. 밖에 나가는 것도 때론 귀찮을 때가 있다. 원고를 생각하다 보면 그저 하루가 다 지나간다. 대단한 것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러다가는 안 되겠다 싶으면 밖에 나가 햇빛을 쬐고 아무 생각 없이 혼잣말을 하면서 이상한 놈처럼 걷는다. 중얼중얼 떠들면서 말이다. 장미가 피고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허가 된 것처럼,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아름답다고 말한다. 꽃잎이 떨어지 찰나를 기억하면서, 이렇게 피고 지는구나.라는 말을 내뱉는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가 엄마 품을 떠나 걷지도 잘 못하는데, 뛰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귀엽다는 말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잠시 멈춰 태양빛을 맞으며 정적이 흐른다. "이게 행복이지"라는 말을 내뱉으며,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가지고 온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끝지점까지 와서 다시 돌아오는 길에는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여유가 없다. 다시 돌아가는 길 걸으면, 사람들은 장미를 보거나, 의자에 앉아 쉬거나 걷는다. 봄이 지나가고 이제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것만 같다. 벽에 붙은 담쟁이처럼 생긴 노란 꽃은 향기가 나는데, 사람도 이처럼 향기가 나는 인간이 돼야 할 텐데.라는 상념에 머문다. 더위에 땀이 오랜만에 나는 것 같아 덥다가도 이내 바람이 분다. 자연은 이래서 고맙다. 잠시 벤치에 앉아 쉬려고 보니, 천에 앉아 있는 남자는 그림을 그리고, 젊은 여성은 전문가 사진기를 들고 천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쉴 겨를도 없이 올라가 집으로 향하는데, 퇴근시간이 다가오는 자, 마을버스며 차가 신호를 대기하고 있다. 우회전로 가려는 버스와 그 앞에 차량은 맨 앞에 있는 차를 향해 빵빵 거리며 잠시도 기다리지 못한다. 그 차량은 직진차량인데, 우회전 차량을 막고 있었다. 뒤차들은 참지 않고 계속 경적을 울려댔다. 앞의 차량은 정지선을 넘어 비켰다. 성난 택시기사는 차량 밖으로 "야!" 하며 고성을 지르는 것을 보며, 잠시도 기다릴 수 없는 서울의 분노가 들끌고 있었다. 동네 골목을 들어면서 묵주기도를 하는 아주머니를 보면, 어떤 기도를 하는 것일 까하는 생각에, 한편에서는 평화를, 다른 한편에서는 빠르고 전쟁과 같은 복잡한 소음이 들끓었다.

 조용한 골목길에 들어서자, 노년의 기품 있어 보이는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집고, 옆에 할아버지게 돈 오만을 건네면서, "이돈 받으세." 하자, 옆에 할아버지는 아니라고 손을 밀었다.  그러자 지팡이 짚으신 할아버지는 "내가 다음 모임에 못 나올 수도 있으니깐 받아 둬." 라며 건네는 모습에서 죽음과 직결된 에, 어떤 돈과 명예보단 우정과 인자함 묻어나는 것 같았다. 좁은 아파트 공간에 운동기구가 있는데, 아이는 엄마에게 훌라후프를 돌리는 모습을 보이며 자랑을 하고, 엄마는 아이를 바라보고 좋아다. 언덕을 올라 잠시 힘에 겨워 쉬고 오르기를 반복하면서, 아파트 복도에는 여전히 할머니 두 분이 대화를 줄기차게 하고 계셨다. 계단을 오르자, 네가 무슨 글을 써라는 부정적인 생각에, 또 쓸 때 없는 생각을 하구나. 하며 집에 도했다.

어쩌면 일상을 살아가는 것은 글을 쓰는 것처럼 복잡하고, 생각 많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삶은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사람과 사람이 함께하, 대화를 나누며, 주변의 일상을 담고, 나누는 행위를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글을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그 소박함에 묻어나는 일상의 끝에는 행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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