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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 Jun 24. 2021

정신질환을 오해하는 당신에게

 눈이 아프면 안과를 간다. 뇌가 눈이 아프다는 신호를 받고, 안과를 가라는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이가 아프면 치과를 간다. 마찬가지로 뇌가 신호를 받고, 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뇌가 아프면 어떨까?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우리들은 정신과를 가야 한다고 쉽게 결론을 도출한다. 문제는 망가진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조금만 더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간단히 답을 낼 수 있다.


"뇌가 아프다는 신호를 뇌 스스로가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신호를 받아야 하는 뇌가 망가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물론 신호를 보내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럼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정신질환에 대해 오해를 할까? 내가 생각하는 답은 이것이다.


"생각과 그에 따른 행동이라면 무엇이든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은 경험적 착각에 의해, 정신질환자 특히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단순히 의지가 없는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가끔 정신질환을 의지의 문제라고 떠드는 친구들에게 나는 다이어트로 비유하여 설명한다. 사실 정신질환과 다이어트는 제법 유사하다.

  다이어트는 왜 힘들까?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먹고 싶은 음식을 참고, 힘겹게 몸을 움직이여야 한다. 그런데 이 '의지'란 존재는 뇌에서 나오며, 뇌는 의지를 만들기 위해 에너지원이 있어야 한다. 즉, 음식을 먹어야 한다. 음식을 먹지 않으려는 의지를 가지기 위해 음식을 먹어야 하다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초보 다이어터가 다이어트를 실패하는 이유는 대부분 이 메커니즘을 모르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조금 다르게 접근한다. 뇌가 '덜 먹어야 한다. 참아야 한다. 운동해야 한다.'라는 의지를 가지지 않고도 그 행위를 하도록 뇌의 프로그램을 만든다. 쉽게 말해, 습관을 형성한다. 이 간단한 차이가 다이어트의 성공을 좌우한다. 단순히 의지를 가지고 절제를 해야 한다고 착각하면, 고갈된 의지력에 의해 뇌는 다시 음식을 갈구할 것이다. 끊임없는 악순환이다.

 

 정신질환도 이와 유사하다. 내가 겪었던 강박장애를 로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강박장애는 특정 생각이나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증상이다. 스스로도 이 생각이나, 행동이 불합리하고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좀처럼 멈출 수가 없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멈추면 되지 않느냐?" 라며 간단히 말하지만,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강박장애를 가진 환자의 입장에서는 억제하려고 하면 불안감이 더욱 심해져 견딜 수 없고, 억제하지 않고 받아들이면 또 행동을 반복하며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이라며 좌절한다.

 실제 강박장애는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구조다. 뇌의 생화학적 불균형으로 생각과 행동을 자연스럽게 진행되도록 하는 특정 부위(꼬리핵과 피각이라는 부위)가 망가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심장을 의식적으로 멈출 수 없는 것처럼 뇌의 특정 부위(꼬리핵과 피각과 같은)는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생각, 행동이라면 무엇이든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은 경험적 착각에 의해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 뇌는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생각과 행동을 가진다. 이것이 핵심이다.


 의지력을 상실한 뇌가 음식을 갈구하는 것을 저항할 수 없는 것처럼, 뇌의 통제할 수 없는 부위를 통제하려고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이 오해가 반복되고, 지속되면, 실제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영역마저 침범당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질환이 어떤 것인지를 전문가와 함께 판단하고, 그에 맞는 해결방안을 이용하기를 바란다. 아픈 당신에게 기여코 당신의 나약함을 지적하는 무지한 사람들을 대신하여 전한다. 당신은 나약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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