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꾸준한거북 Feb 27. 2023

혼자서는 여행가기 싫은 노총각

가족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남편의 친한 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뭐하나해서 그냥 해봤어~". 가족여행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남편이 답하자, 형은 그런다. "난 이제 혼자서는 여행가기 싫다.."  그 말에 모든 것이 다 담겨있음을 직감한 남편이 한마디 던졌다. "에휴...형도 어서 결혼해야 할텐데.." 그 둘의 대화를 들으며 내가 결혼 전에 똑같이 느꼈던 그 감정을 그 형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공감도 되고 안쓰럽기도 하고, 그래도 그 와중에 가장 크게 든 감정은 부럽다는 것이었지만.

 

40대 후반인 그 형은 이제 뭘해도 재미가 없나보다. 특히 혼자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런데 나는 자꾸만 혼자서 뭘 하고싶다. 혼자 대자로 누워서 자보고 싶고, 혼자 밥 먹으러 가고 싶고, 혼자 여행가서 1박하고 싶고, 혼자 카페가서 책 읽고 싶고, 혼자 혼자 혼자. '혼자'라는 단어가 왜 이리 그리운지. 혼자하는 거라면 뭐든 설레일 것 같은 이 감정을 그 형은 이해할까.


아이들이 내 삶의 대부분을 시끌벅적하게 차지하고 있고, 그  삶 속에서 나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끌어오고 싶어하는  배경이 있다보니 '혼자'하는 무언가가 더 가치있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걸 느끼게 된 계기는 아이들을 할머니 댁에 보내고 난 뒤의 내 모습에서 엿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다 나가고나면 그 좋아하는 책도 옆에 쌓아두고 읽고, 글도 흠뻑젖어서 쓰고 할 것 같은데 막상 고요가 주어지면 딴 짓 하느라 바빴다. 휴대폰 만지막거리느라 허송세월 보냈고 몸짓은 더 게을려졌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그리워하고.


남편의 친한 형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 외로움, 지금이 피크니까 잘 달래서 유용하게 보내시라고. 허헛, 그러나 그 말이 고스란히 전달될 리 없지않은가. 그 형님은 가장 느끼고싶지 않은 감정이 바로 외로움일텐데. 가장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감정일텐데. 너무도 꽉 채워져서 여백을 느껴보고 싶은 전업주부의 한탄을 들은 후라면, 자신의 외로움이 조금은 고급지게 느껴질까?^^ 나 또한 차 안에서 징징대고 떼 부리는 내 아이들로 인해 피곤하고 힘들던 차에 우리의 삶을 한껏 부러워하는 그 형님 덕분에 '비교적,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농이라는 단어, 처음 말해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