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보내는 초짜부부의 러브레터
엄마의 촉이란 게 정말 있나 봐. 무더운 여름, 한바탕세차게 비가 쏟아지고 난 다음 날. 선선한 바람이 낯설지만 가을 향이 짙게 베인 날 밤이었지.
왠지 그날따라 네가 평소 2~3시간 수유텀을 넘기며 깊은 잠에 빠질 것 같았어. 2주 내내 깨있는 동안은 분유를 먹거나 칭얼거리며 울거나 둘 중 하나였던 네가, 빛나는 두 눈을 말똥거리며 몇 분간 혼자 잘 놀았거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랜 시간 잠들어 탈수증세가 올까 봐, 늘 맞춰두는 알람을 몇 개 더 설정해 두고 놓치지 않을 거라 다짐하며 잠들었어.
아니나 다를까 네가 4시간이 지나 일어나더라. 평소에는 온몸을 비틀고 큰 소리를 내거나 울면서 엄마를 깨우는데, 정도가 훨씬 덜하게 말이야. "나 일어났으니 날 좀 봐줘."라는 칭얼거림 정도였지. 게다가 수유할 때마다 젖꼭지가 입안으로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며 세차게 머리를 흔들고 온몸을 버둥거리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턱받이를 가져다 대니 기대에 찬 듯한 표정으로 달려들더라. 또 빠르게 먹다가 사레가 들렸을 때 어찌할 바를 모르던 것도, 트림하다 올라온 분유에 놀라 한참을 울던 모습도 없더라. 의연하게 호흡을 정리하고 분유를 다시 삼키지 뭐야.
수유할 때마다 너를 찬찬히 살펴보고 쓰다듬는데, 머리카락이 부쩍 길어지고 힘이 생겨 있더라. 양말을 신겨놨더니 발을 동동거리며 벗기까지 하고, 게다가 이틀 전에 네 손톱으로 스스로 긁은 볼 흉터도 금세 아물어있고 말이야.
이때 처음 든 감정은 뭐였는지 알아? 이제 2~3시간 간격으로 떠지지 않는 눈을 부릅뜨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이 먼저였을까.
아니 전혀 아니야. 첫째는 아쉬움 둘째는 경이로움이더라.
신생아 시절부터 나는 하루하루가 참 아까웠어. 하루가 지나기 무섭게 너는 자라났으니까. 손가락 사이에 쏙 들어오는 네 팔뚝 한 줌. 어깨에 너를 둘러메고 트림을 시키면 한 손에 모두 가려지는 네 등. 내 손을 가져다 대면 너무도 작은 네 손발. 종잇장처럼 얇고 접혀있던 네 귀. 모두 눈 깜짝할 사이에 훌쩍 커버릴 것 같아서 말이야.
네가 점점 더 긴 잠을 자면 잘수록 내 도움은 필요 없어지겠지. 날개를 달고 훨훨 세상으로 날아갈 네 모습을 상상하면 대견함 뒤로 늘 아쉬움이 따를 것 같아. 그래서 너를 키우는 내내 나는 행복해. 다신 만나지 못할 오늘의 너와 눈을 마주치고, 얼굴을 쓰다듬고, 찬 발을 주물러줄 수 있는 행운을 항상 마주하잖아.
최근 2주간 네가 눈떠있는 동안 거의 울기만 했거든. 아빠는 내가 짜증을 낼까 걱정됐는지 우리 아들은 순한 편이라며 칭찬을 해댔지. 내가 너에게 이런 질문을 했거든. “링키야, 왜 울어?” 아빠는 내가 너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오해했나 봐. 엄마는 정말로 궁금했을 뿐이야. 내가 해결해 주지 못한 다른 문제가 있을까 봐 걱정됐거든. 뚝뚝 소리가 나는 네 팔과 어깨에 문제가 있는 건지, 아니면 약한 미열에 네가 힘든 건지 모르고 있을까 봐 말이야.
단 한순간도 짜증이 난 적 없어. 물론 피곤하고 지친다는 생각은 한 번쯤 했던 것 같아. 하지만 곧바로 너와 매일을 함께한다는 기적에 행복을 느끼면서 사라져 버리곤 했지.
링키야, 엄마는 정말 행복해. 너를 만나고, 너와 함께하고, 너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일이 감사해.
오늘도 사랑한다. 엄마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