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보내는 초짜부부의 러브레터
부모는 자식에게 모든 걸 주고도 미안해한다고 하잖아. 아직 부모가 된 지 70일 밖에 지나지 않아서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어렴풋이 수긍이 가는 말이야. 사실 이 말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를 더 확신하고 있어.
부모인 내게,
자식인 네가,
얼마나 많은 것을 주는지 몰라.
한 날은 조리원 동기 아기가 11시간 통잠을 잤다고 이야기하더라. “굉장해. 대단해.”라며 자랑에 한껏 반응했지. 통잠은 초보 엄마들의 꿈이야. 서툰 육아에 지친 몸을 충전할 시간이니까. 부러운 마음이 들 법도 한데, 엄마는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더라.
네가 많이 자서 그런 거냐고? 너는 지금 새벽수유를 1,2번 정도하고 있어. 6~8시간 정도 자는데, 저녁 8시쯤 잠들어서 쭉 깨지 않고 자서 꼭 새벽 2~4시쯤 먹을 걸 달라고 엄마 쪽을 바라보고 낑낑거리지. 그러면 눈을 번쩍 뜨자마자 주빙으로 달려가 분유를 타와. 잠이 채 깨지 않아서 식탁에 부딪치는 일은 예사야.
물론 11시쯤 곤히 잠든 너를 살짝 깨워 추가수유를 하면 새벽수유를 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았어. 왜냐고?
첫째는 네가 원할 때 먹을 걸 주고 싶기 때문이고, 둘째는 새벽에 일어나는 게 그리 힘들지 않아서야. 오히려 행복할 때가 더 많아. 그때 네가 내게 정말 많은 것을 주거든.
바둑알 같은 두 눈으로 나를 따라오고,
거울에 비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갑작스러운 미소로 내 마음을 흔드는 너.
지금까지 네 눈은 시력이 좋아지는 중이라 허공을 보거나, 잘 보이는 검은색 내 옷만 바라봤지. 그런데 오늘은 나를 똑바로 쳐다보더라. 착각인가 싶어서 요리조리 얼굴을 옮겨봤는 데 정확하게 따라오는 거야. 세상에. 빛나는 두 눈동자 쓰다듬을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어.
수유 도중에 변을 본 걸 알아차리고 데려간 화장실. 기저귀 발진이 생길까, 네 잠이 달아나 버릴까 헐레벌떡 세면대에 너를 앉혔지. 그때마다 너는 거울에 비친 코 앞 네 모습이 신기한지 뚫어져라 바라보기 바쁜데, 오늘은 고개를 위로 올려 멀리 있는 나를 쳐다보더라. “엄마, 늘 나를 이렇게 씻겨줬구나.”라고 알아봐 주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 너를 바라보다가 거울을 봤는데,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여자 한 명이 아이를 꼭 잡고, 함박 미소를 짓고 있더라.
급하게 먹은 탓인지, 연신 딸꾹질을 시작한 너를 곧바로 들어 안고 심장이 마주하도록 꼭 안고 있기를 10분. 갑자기 네가 씩 웃는 거야. 배냇짓이나 변을 보고 난 후 개운해서 짓는 미소가 아니라 “엄마 다음 딸꾹질은 안 할 거야. 안아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 웃음 뒤에 딸꾹질이 곧바로 멈췄거든. 좀 더 너를 안고서 토닥이고 싶은 마음을 꾹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오늘 새벽에만 네가 내게 준 기쁨이 얼마나 크니. 그런데 어떻게 이 시간을 포기할 수 있을까. 아침에는 아침대로, 낮에는 낮대로 또 밤에도 마찬가지로 넌 내가 행복하게 해 줘. 어떤 시간대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은 너무 당연한 일이야.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어줘서 고마워.
나는 참 행운아야. 너를 아들로 만날 수 있는 여자는 지구상에 내가 유일하잖아. 와준 것만으로도, 존재만으로도 충분한데 매일 내게 기쁨을 줘서 고마워. 나도 너에게 모든 걸 주고 싶어서 매일 최선을 다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마다 네게 하는 말이 있어.
엄마가 아직 서툴지?
도와줘서 고마워.
미안하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아. 난 최선을 다하고 있거든. 그래서 네게 죄스러운 마음보다 고맙다는 생각이 우선이야. 너는 참 대단해. 서툰 엄마를 기다려 주고, 어지간한 사소한 것들은 대수롭지 않아 하지. 집으로 초대한 손님이 조심스레 “혹시 실례가 될 수도 있지만, 아기가 순한 편 맞죠?”라고 하더라.
그 말에 아빠가 대답할 동안 뒤에서 엄마는 은근한 미소만 띠고 말았어.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 말이야.
실례는 무슨요.
우리 아기는 엄마, 아빠의 부족함도
감싸안는 굉장한 아기가 맞아요.
대단한 팔불출이라고? 맞아. 네가 제대로 봤어. 역시 우리 아들답다. 오늘도 사랑하는 거 알지?
사랑해 링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