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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m Sep 21. 2021

무슨 일 있어요?



통화목록





 출근을 하기 위해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

 한 시간이나 남았지만 조용히 잠에서 깨어난다

 할 일이 많은 다음날 걱정을 하다 잠이 들면

 어김없이 필요한 잠을 채우지 못한 채

 어스름한 새벽빛과 함께 현실로 돌아온다



 두어 번 눈을 깜빡이고 꿈을 되내인다

 즐거운 꿈이었나 싶지만 아무런 기억이 없다

 허탈하게 한 시간이나 남은 알람을 끈다

 아침을 차리고 커피를 내리고 하루를 시작한다

 


 시간은 눈을 떠서 감을 때까지

 나의 등을 떠밀며 빨리 가자 재촉한다

 핸드폰을 하루에 세 번 충전해야 할 만큼 바쁜데

 통화목록은 일주일 전과 다르지 않다

 확인하지 않은 메시지는 쌓이고 쌓이지만

 지우다 지쳐 포기한 광고 메시지가 반이다

 


 슬프지 않은데 마음이 불편하고

 하루가 부족한데 시간이 허전하다

 퇴근 후 지긋지긋한 핸드폰을 던져놓았다가도

 다시 주워 들어 괜히 기웃거린다

 멈춰버린 통화목록을 한참 바라보다

 또 한참을 고민하다 좋아하는 이름을 누른다

 전화기 너머로 미더운 목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이 있어서 연락을 했냐기에

 무슨 일이 없어서 연락을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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