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두 분의 아버님—친정아버지와 시아버지—모두를 ‘풍(中風)’으로 떠나보냈습니다. 병명이 뇌졸중이든, 중풍이든, 결과적으로는 삶의 일상이 완전히 멈춰버리는 병이었습니다. 말이 어눌해지고, 몸의 절반이 움직이지 않게 되며, 그 과정에서 가족 모두가 지쳐갔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게 ‘중풍’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의학 용어가 아니라, 한 집안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무거운 단어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중풍’, ‘뇌졸중’, ‘뇌졸증’을 같은 의미로 쓰지만, 사실 **정확한 의학 용어는 ‘뇌졸중(腦卒中)’입니다'졸(卒)'은 '갑자기'라는 뜻이 있는데 졸도(卒倒)가 그 예입니다. '중(中)'은 '맞다'는 의미가 있으며 적중(的中)이 그렇죠. '풍(風)'은 풍사(風邪.바람이 병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로 인해 생긴 풍증을 얘기합니다. 따라서 '졸중풍'은 '갑자기 풍을 맞았다'는 뜻이고, '뇌졸중'은 '뇌에 갑자기 풍을 맞았다'는 말이 되는 겁니다. 하지만 ‘중풍’은 옛날에 의학 지식이 부족하던 시절, 몸이 마비되거나 언어가 어눌해지는 등의 증상을 통틀어 부르던 말이었습니다. 즉, 뇌졸중을 포함하되, 신경마비·간질·떨림증 등 ‘풍과 관련된 증상’을 포괄한 폭넓고 모호한 개념입니다. 요즘 기준에서 보면 중풍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진 않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병을 ‘바람 맞았다’고 표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만큼 예고 없이 찾아오고, 몸의 한쪽을 얼어붙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바람 같은 병’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뇌는 체중의 2%밖에 되지 않지만, 몸 전체 혈액의 20%를 사용할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즉, 혈류가 단 몇 분만 차단되어도 뇌세포는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고 빠르게 손상됩니다. 뇌졸중은 그 혈류가 터져서 생기는 뇌출혈, 혹은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으로 나뉩니다. 이 중 80% 이상이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입니다.
그 원인은 대부분 우리가 일상에서 방심하는 생활습관병입니다.
· 고혈압·당뇨·고지혈증으로 인한 혈관의 손상
· 흡연과 음주, 그리고 짜고 기름진 음식
· 비만, 스트레스, 수면 부족
이런 요인들이 혈관을 좁히고 피를 끈적하게 만들어 결국 혈류가 막히게 되는 것이죠.
특히 환절기나 새벽 시간대, 기온이 급격히 떨어질 때 발병률이 높습니다.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면서 혈류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입니다. 즉, 중풍은 단지 ‘노인병’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순환의 병입니다.
주요 증상은 두통과 어지럼증, 반신마비, 말이 어눌해지는 언어장애, 안면마비, 시야장애, 보행장애, 의식 저하 등입니다. 이 증상들은 대부분 갑작스럽게, 그리고 경고 없이 찾아옵니다. 뇌졸중의 가장 무서운 점은 뇌세포는 한 번 손상되면 다시 재생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뇌혈관이 막히고 3시간(골든타임)이 지나면 손상이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어 빠른 대처가 생명을 좌우합니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의심 증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에서 CT나 MRI, MRA 등의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뇌졸중은 한 번 발병하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 쉽습니다. 마비나 언어장애, 인지저하 등으로 환자뿐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치료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뇌졸중은 일단 발생하면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치료보다 중요합니다. 예방의 핵심은 바로 혈류의 순환을 지키는 것입니다.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혈액이 끈적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 뇌졸중을 단순히 뇌의 문제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몸속의 기(氣)와 혈(血)의 흐름이 막히고, 그 사이에 풍(風)·열(火)·담(痰)·어혈(瘀血)이 얽혀서 생긴 병으로 해석했습니다. 즉, 체내의 독(毒)이 쌓이고 순환이 막히며, 열이 위로 치솟을 때 ‘풍(風)’이 발생한다고 본 것입니다. 이러한 풍의 작용이 심해지면 반신마비, 언어장애, 안면신경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따라서 중풍의 근본적인 예방은 풍(風)을 다스리고, 열(火)을 내리며, 독(毒)을 푸는 것입니다. 이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약초가 바로 이름부터 상징적인 방풍(防風)입니다.
저는 약선학 수업 때, 감기 증상을 주제로 기말 발표를 준비하다 우연히 ‘방풍’이라는 재료를 만났습니다. 교재에는 없던 이름이었지만, 그 뜻이 너무 인상적이었죠. “바람을 막는다(防風).” 그리고 자료를 찾아보던 중, 방풍이 ‘중풍을 예방하는 약초’라는 문구를 보고는 곧장 실험에 들어갔습니다.
직접 방풍을 구입해 죽을 끓여 제 치유 음식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과 시음회를 열었는데, 모두가 “생각보다 향긋하고 부담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치유음식은 ‘쓴 약’이 아니라 몸이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연의 조화라는 걸요.
한의학에서 방풍은 체내의 막힌 기운을 풀고, 땀을 적당히 내며, 몸속의 독과 풍을 몰아내는 발산해표약(發散解表藥)으로 분류됩니다. 혈액순환을 돕고 근육의 경련을 완화하며, 머리의 열을 내리고 신경계를 안정시켜 줍니다. 이런 효능 때문에 옛 문헌에서도 방풍은 ‘두통, 어깨결림, 사지 마비, 중풍의 초기 증상’에 자주 쓰였죠.
뿐만 아니라 현대 약리학적으로도 방풍에는 쿠마린(coumarin(화학식 C9H6O2)은 식물에서 발견되는 파이토케미컬의 일종으로 은은한 달콤한 향을 가진 무색의 고체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항염증, 항산화, 해열, 면역조절, 그리고 혈액순환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즉, ‘풍을 막는 약’이라는 전통적 표현 속에는, 오늘날로 말하자면 혈류를 원활히 하고 염증을 완화하며, 신경의 긴장을 풀어주는 과학적 의미가 숨어 있는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조선 시대 문인 허균은 《도문대작(屠門大嚼)》이라는 식문화 에세이에서 방풍죽을 자신의 ‘소울푸드’로 소개했습니다. 그는 방풍죽을 “마음을 치유하는 음식” 이라 표현했죠. 육체의 풍을 다스리는 동시에, 세상살이의 바람—분노, 번뇌, 근심—을 가라앉히는 음식이었던 겁니다.
저 역시 그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방풍죽을 끓이는 동안, 두 분 아버지의 얼굴이 번갈아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따뜻한 냄비 속에서 ‘풍을 막는다는 건 단순히 병을 막는 게 아니라, 내 마음속의 거센 바람을 잠재우는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내풍’을 품고 삽니다. 스트레스, 과식, 분노, 걱정이 쌓이면 그것이 결국 몸의 바람이 되어 혈관을 흔듭니다. 그래서 중풍의 진짜 예방은 마음의 평온과 식탁의 절제에서 시작됩니다.
방풍죽 한 그릇은 단순히 해독식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몸의 순환을 돕고, 마음의 바람을 잠재우는 조화의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오늘 하루, 마음이 복잡하고 머리가 무겁다면 따뜻한 방풍죽 한 그릇을 끓여보세요. 끓어오르는 냄비 속에서 ‘바람을 다스리는 치유의 시간’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재료
· 방풍나물 200g
· 대파 흰대 및 파뿌리 5대
· 불린 쌀 1컵
· 소금 약간
· 올리브유 약간
만드는 법
1. 방풍나물 세척
깨끗이 씻어 흙이나 이물질을 제거합니다.
2. 즙 내기
방풍나물과 대파(흰대, 파뿌리 포함)를 함께 녹즙기에 넣어 즙을 냅니다.
녹즙기가 없다면 믹서기에 물을 약간 넣고 곱게 갈아 체에 내려 즙만 사용합니다.
3. 쌀 볶기
냄비를 달군 뒤 올리브유를 살짝 두르고 불린 쌀을 넣어 투명해질 때까지 볶습니다.
4. 죽 끓이기
볶은 쌀에 방풍·대파즙을 넣고, 부족한 만큼 물을 보충하여 쌀의 5~6배 분량으로 맞춥니다.
약한 불에서 천천히 저어가며 죽이 걸쭉해질 때까지 끓입니다.
5. 마무리 간
마지막에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너무 되직하면 물을 조금 더 추가해 부드럽게 조절합니다.
저자 소개
가족 중 두 분의 아버님께서 중풍으로 오랜 세월 투병하시다가 돌아가신 경험은 저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뇌혈관 질환은 멀리 있는 병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의 식습관과 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가까이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풍(風)을 막는 음식’, 즉 방풍이라는 식재료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방풍을 “성질은 따뜻하며 맛이 달고 매우며 독이 없다. 36가지 풍증을 치료하며 오장을 좋게 하고 맥풍(脈風)을 몰아내 어지럼증, 통풍, 눈물이 나는 것, 온몸의 뼈마디가 아프고 저린 것 등을 치료한다.”고 하여, 바람으로 인한 근육 경련이나 마비를 풀어주고 막힌 기혈을 열어준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이번 칼럼의 주제, 방풍죽입니다.
저는 “몸을 치유하는 음식은 맛이 없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방풍죽을 수강생들과 함께 시음했을 때, 모두가 놀랄 만큼 은은하고 담백한 맛에 감탄했습니다. 몸을 따뜻하게 풀어주면서도 기혈 순환을 도와주는 이 죽은, 봄철 바람이 거세지는 환절기나, 혈류 순환이 저하된 분들께 특히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전문 의료진이 아니기에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환자로서 직접 부딪히고 연구해온 경험 덕분에, 누구나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속 식치(食治)’의 방법을 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번 달 칼럼이, 독자 여러분께 뇌혈관 건강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음식으로 예방하고 돌보는 지혜를 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