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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Jun 22. 2023

거제의 몽돌해변, 넌 더 사랑받게 될 거야

거제도에 다녀왔다. 별 다른 이유는 없었다.

사촌동생의 결혼식이 창원에서 열리는데 아들 남편과 함께 꼭 축하해주고 싶었다.


아기를 데리고 오랫동안 차를 타는 것도, ㅎㅈ이 작은 차에 몸을 꾸겨 넣고 오래 운전을 하는 것도 싫어서 비행기, 렌터카,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비행기삭을 결제하다 문득 이 멀리를 비행기까지 타고 가는데 결혼식만 보고 올 일인가? 싶어 거제도에 들러보기로 했다.


마침 그즈음 동료에게 창원, 부산과 가까운 거제에 괜찮은 리조트가 있다는 이야기를 해서 거기로 갔다.


가보니 하룻밤만 있는 게 아까울 만큼 좋았다.


너무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제주보다 한적했고 서울말씨보다는 경남 사투리가 많이 들렸다. 적당히 여유롭고 덜 관광지 같아 좋았다.


6월의 볕은 다행히 아주 세지 않았다. 리조트가 끼고 있는 해변가에서 두세 차례 놀았는데, ㅇㅎ가 많이 좋아했다.


아랫도리를 담그고 물을 참방거리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네가, 그중 가장 아름다운 자연을 우리의 품 안에서 실컷 만끽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잔잔한 파도가 돌멩이들과 부딪치는 소리는 맑은 음색의 악기처럼 청아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우린 돌멩이를 던지고 놀았다. ㅎㅈ이 돌 하나 던지며 사랑한다, 또 하나 던지며 사랑 안 한다, 하며 놀자 ㅇㅎ가 사랑한다는 그 말에 까르르 웃었다.


그래서 우린 계속 돌을 바다에 던지며 백번은 “사랑한다”를 외친 것 같다.


끼니때가 되면 푸드코트 고메이에서 먹었는데, 먹었던 모든 메뉴가 맛있어서 여기 뭐지? 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내려오기 전에 블로그를 뒤지며 계획을 짤 때부터 꼬막해초비빔밥이 먹고 싶었다. 바다내음이 얼마나 향긋하던지.


감동적이었던 꼬막해초비빔밥.. 또르르


ㅎㅈ이 “내가 먹어보고 해 줄게” 하며 한 입 먹더니 “이건 사람이 노력해서 낸 맛이 아니야. 싱싱하고 건강한 바다 식재료 맛이야. 그냥 사 먹자”라고 했다.


고작 이틀이었지만 많은 순간이 재밌고 즐거웠다. 마지막엔 한화리조트에 삼천만 원 박을까 고민할 정도로.

그리고 어쩌면 거제, 통영, 여수는 곧 더 많은 사랑을 받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홍상수가 영화에서 통영 타령을 하면, 그땐 마음이 꼬여있어서 ’ 누가 좋은 거 몰라서 안 가냐? 한량 예술가 시벌‘ 이랬는데, 그가 나쁜 어른인 것은 사실이고 통영 여수가 좋은 건 좋은 거다.


홍상수 영화 인생 중 그나마 밝고 아름다웠던 <하하하> 시절


다만 이토록 아름다운 한국의 여러 곳에 더 많은 이야기story가 생기면 좋겠다.


아름다운 몽돌해변은 그 자체로도 귀하지만 사람들이 이곳을 몸뿐 아니라 머리로도 즐기게 해주는 이야기가 덧붙여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텐데.


제주를 향한 수많은 이야기와 노래, 사건들이 지금의 힙한 제주를 만든 것처럼.


제주도 푸른 밤 같은 노래,

제주에 혼자 살고 술은 약하다는 시인의 시

이효리의 제주 이주,

서퍼와 다이버의 제주 사랑 같은 수많은 이야기들.


어차피 힙스터들은 남들이 하지 않는 걸 좋아하는 법.구 힙스터는 next 제주로, 거제를 찍어본다.


거제의 해변이 내게 주었던 잔잔하고 한적한, 위로와 감사의 영감을 기록하고 싶었다.


아름다운 몽돌해변,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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