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성별 표준에 맞추기 위해 여성과 남성이 추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우연히 듣게 됐다.
여성들의 경우 착할 것, 날씬할 것, 겸손할 것, 외모를 활용할 것이라 답했고 남성은 감정을 제어할 것, 일을 우선시할 것, 지위를 추구할 것, 폭력적일 것이라 답했다. 너무 예상 가능한 답변들이다. 어릴 때부터 여자는 이래야 한다, 남자는 이래야 한다며 들어왔던 기준들과도 정확하게 일치한다.
우리가 학습되지 않았다면? 남자는 우는 거 아니야, 원피스 입으니깐 여성스럽네 라는 식의 말을 듣지 않고 온전히 각자의 자질과 능력에 대해서만 평가받아 왔다면? 이런 결과의 연구가 나올 수 있었을까? 이렇게 명백하게 규정화된 연구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사회 구조적으로 학습되고 강요된 성별에 대한 표준은 결국 여남 모두에게 차별적이다. 이러한 차별적 관념들을 깨뿌수고 모두가 정형화된 기준 없이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것, 그렇게 될 수 있게 동력을 불어넣는 것이 바로 페미니즘이다.
그러나 요즘 많은 남성들이 "페미니즘=남성 혐오"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실 그들이 페미니즘 책 한 권, 논의 한 번, 관련된 영상 한 번 찾아 보고서 이런 정의를 내리는 지는 미지수지만 많은 남성들이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결론은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
혐오는 결코 아래에서 위로 오를 수 없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개념이다. 어떤 것을 혐오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위에서 부터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우위에 있다는 뜻이다. 흑인과 원주민에 대한 혐오가 현재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반증한다. 흑인과 원주민들이 힘을 가진 인종과 민족들이었다면 백인들이 노예시장에서 거래됐을 것이며 원주민들의 문화가 주류 문화가 됐을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이 남자라서 그냥 기분 나빠서 죽였다, 앞에 걸어가는 남자가 나를 흥분시켜서 몰카 찍었다, 남자라서 밤길을 홀로 걷는 게 무섭다, 남자라 안 꾸몄더니 주변에서 아프냐는 소리를 들었다는 명제가 현재 성립하는가? 앞에 문장들에서 남자라는 단어를 여자로 대체하면 모든 문장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여자라서 이유 없이 죽임 당했고 여자라서 몰카를 찍혔다, 여자라서 밤길을 홀로 걷는 게 무섭고 여자라 꾸미지 않으면 주변에서 이런저런 소리들을 듣는다. 이런 게 바로 혐오라는 것이다.
예부터 사회 구조적으로 어떤 성별이 주된 권력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페미니즘=남혐"이라는 결론은 근본적으로 성립될 수 없는 주장이다.
페미니즘 논의에 혐오를 끌고 들어오는 것은 나아지려는 움직임, 모두가 평등한 세계를 만들어 가려는 생동 그 자체에 대한 부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