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알록달록한 봄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꽃 봉오리를 맺는데, 한편으로는 갑자기 기온이 오락가락하는 요즘 날씨가 꼭 제 지금의 마음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살다 현실의 벽에 부딪쳤을 때 어떻게 넘기시나요?
살다 보면 기쁘고, 행복하고 멋진 좋은 일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걸림돌에 걸리고 벽에도 부딪치는 순간도 오잖아요. 그러는 사이, 저는 요즘 저도 모르게 자기 연민과 자가당착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현실의 벽이 높이 느껴져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무력하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들을 만나게 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러나 싶으시겠죠?ㅎㅎ
저번주, 아들이 수업 중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문제행동이 일어났고 특수반에 이동했지만 진정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런 지적을 받으며 선생님들(담임선생님, 특수반 선생님 외 실무사 선생님)께서 힘드시다는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참 괴로웠습니다.
저도 열심히 선생님께 제안을 드리고 이렇게 진정시켜 달라, 이럴 때는 이렇게 해달라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나 계속 문제 행동이 이어진다는 말뿐이었고, 제가 교실에서의 전후사정을 모르니 제 조언이맞는지도 몰라 애가 탔습니다.
어떤 게 문제였을까요? 제 아들은 왜 수업 중에 갑자기 소리를 질렀을까요?
빛이 유난히 드는 자리이어서 자신의 감각의과부하가 생겨서였을까요? 아니면 교실의 어떤 특정 소리가 아들을 자극했을까요? 그런 것들도아니라면, 분명 아들을 자극하는 어떠한 것이 있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이었을 것입니다.
전 보지 못해 답답하기만 합니다. 아들이 언어가 아직 늦어 자신의 기분이나 원인을 말하지 못해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속상하기만 합니다.
변명 같지만, 저희 아들도 어떤 원인 없이는 문제행동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문제행동이 나오기 전에 분명 전조 행동이 있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진정을 시키면 진정이 곧잘 되는 아이입니다. 적어도 저와 있을 때는 말이죠. 정말 감정 폭주가 일어나 멜팅현상까지 가면 진정이 잘 안 되기도 하지만, 집에서나 센터의 치료지원실에서는 순둥이 아들이 유독 학교에서만은 왜 그런 문제아가 되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학교라는 이미지가 이리 어렵고 힘겨운 공간인지 무겁게만 느껴집니다.
저는 이번 소리를 지르는 문제행동에 원인을 찾지 못하고 선생님들께서 계속 중재를 못하신다면 아들은 계속, 학교의 문제아, 사회의 부적응자가 될 것만 같은 확대해석까지 하게 되는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결국 저는 다음날, 저희 지역 교육청에 도움을 청했고, 특수반 선생님들과 교감선생님까지 오셔서 협의회를 다시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4월에 교육청에서 지원교원이 나오셔서 선생님들께서 2~4회기 정도 문제행동중재를 위한 특수교육 연수를 받으시게 되었습니다.
네, 제가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면 선생님들께서 안 받으셔도 됐을 연수입니다.
전 나의 아이만 중요해서 요구하는 극성스럽고 요란한 학부모란 타이틀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어제 하교시간, 데리러 간 특수교실에 찬바람이 쌩 합니다. 자격지심인지 모르겠지만, 선생님들 눈빛이 싸늘합니다. 오늘 아들의 일과를 여쭤봤지만 두리뭉실 얼버무려 어색하게 웃기만 하시고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지 못했습니다. 항상 하굣길에 아들이 오늘 뭐 했다 하는 피드백을 듣곤 했는데 오늘은 아무 말씀 없이 잘 가란 인사만 오갑니다. 앞으로도 아들이 교실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알려주시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제가 일을 크게 만든 걸까요? 지금은 제 행동이 긁어 부스럼 낸 것은 아닐까 하고 후회되기도 해요.
전 그저 도움을 드리고자 나름 절실해서 한 행동이었습니다.
사실, 아주 솔직히 고백하자면, 1~2학년 때 만난 특수반 선생님이 저나 저희 아이와 잘 맞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학교에서 제가 원하는 선생님을 만날 수는 없다는 걸 잘 알지만, 어찌 되었든 첫 단추가 잘 뀌어지지 못해 1~2학년때까지 계속 아들의 잘못만 지적받았습니다. 죄송한 마음에 저도 아들의 점차적 적응을 핑계 삼아 수업을 일찍 빼기 바빴습니다. 그러면 선생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아이도 학교에 오래 있을 부담감도 없을 거라 판단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점차 학교에 적응하면 시간을 늘려가보자는 첫 취지가 무색하게 결국에는 잘 되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가면 갈수록 등교 거부가 더 심해졌고, 학교에 가면 문제행동은 계속 나오고, 저는 학교에 수시로 불려 가기 십상이었고, 선생님들은 제 아이 때문에 골치 아파했습니다. 1~2학년동안 그야말로 악순환이었습니다.
새 학기, 새로 부임해 오신 특수반 선생님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그러나 3학년이 돼서도 문제행동 이야기가 나오자 겁이 덜컥 났습니다. 또 더 이상 1~2학년의 과정을 계속 반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아들은...어떤 마음일까요...
지금의 학교 특수학급의 선생님을 불신해서가 아닙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된 것 같아 죄송합니다. 전 정말 특수교육에 종사하시는 모든 분들을 존경합니다. 그 수많은 직업군 중에서 생의 업을 이 방향으로 결정하신 것 자체가 깊은 이타심과 끈기를 가지고 계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대로는 저도 너무 힘들어 특수학교로 보내고 싶어 열심히 알아보았습니다.
저희가 근처 갈 수 있는 몇몇 지역을 모두 샅샅이 알아봤지만, 결원(빈자리)이 있는 학교는 단 한 곳도 없어 현재 갈 수가 없고, 아들보다 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다른 장애학생들의 경합이 치열해서 아들은 못 들어갈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대안학교나 홈스쿨링도 생각해 보았지만 나중에 크면, 어느 기관에 가기 위해서라도 학교 졸업장은 필요한 입장이고, 필요시 우리 아이가 검정고시를 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 학교를 안 다닐 수도 없는 입장입니다.
전학을 위해 섣불리 이사를 가기에도 남편의 직장과 저희 첫째는 너무 잘 생활하고 있는데 둘째 때문에 희생시키기도 미안한 상황입니다. 또 전학을 가도, 결국 일반학교 특수반으로 간다는 건 똑같으니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들만 학교를 잘 적응해 준다면 다 좋을 일 같아 제 딴에는 해결해보고자 한 행동이었습니다.
언제쯤이면 밝은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전 학교에서 뭘 바라는 게 아닙니다. 어떤 학습을 바라는 것도 없습니다.
그저 집이 아닌 다른 사회가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아이가 살면서 자기 또래가 이렇게 모여있는 장소를 앞으로 학교가 아니라면 언제 또 경험해 볼까요, 그저 이런 곳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고, 이곳에서 잘 적응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사회에서도 잘 적응할 것 같은 희망을 가졌기에 더 적응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잘 적응시키고 싶을 뿐이었는데 아무래도 일을 키운 것 같은 기분입니다.
저도 압니다. 지금 이 고민이 누군가에게는 하찮을 수도,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순간에도 학교폭력이며, 집단따돌림이며, 학대며, 소외된 계층의 교육환경에서 도움을 구하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어려운 교육 환경의 그늘이 많고, 그들에 비하면 그래도 저희 아들은 비교적 좋은 교육환경에서 나름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이러한 경우가 단순히 초등 저학년의 유난스러운 특수반 엄마가 학교에 컴플레인을 건 일말의 에피소드정도밖에 아닌 일이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한동안 장애라는 프레임을 방패 삼아 도움을 받기 위해, 편을 가르고 안 도와줬으니 너네가 나쁜 편이라는 자기 연민과 매너리즘에 잠시 빠져있었던 것에 인정하고,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 대해 많은 반성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제게는 이 일이 가장 큰 고민이고, 현실이라 이것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네요... 그리고 제 나름의 여러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이도저도 아닌 결말이라는 게 참 무력하고 허무합니다.
앞으로 선생님들이 아들의 학교 생활을 말해 주시지 않는다면, 아들이 갑자기 말이 트이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전 앞으로 학교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요.
계속 제가 아무것도 모른다면 엄마는 차라리 편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어쩌면 그 편이 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데 이게 맞나요...
여러분이 제 경우라면...
아는 게 힘일까요? 모르는 게 약일까요?
제가 안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한 행동들의 여파가 제가 원치 않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저는 차라리 모른 척했어야 했을까요?
가끔 제가 너무 아이를 과보호해서 그런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학교에서 만큼은 아들과 선생님께 오롯이 맡겼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요.
아들이 말해주지 못하니 열등감과 자격지심만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도 혼란스럽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은 하자는 마음가짐이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저는 장애를 가진 이 아이의 부모로서 잘해나가고 있는 게 맞는 걸까요?
누가 정답을 가르쳐주면 좋겠습니다.
결국에는 제대로 된 해결도 아닌, 아들에게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한 채, 그리고 궁극적으로 저에게도 상처뿐인 사건이 되고 말았습니다.
과연 선생님들이 연수를 받고 나시면해결이 될까요? 아니면 그저 흐르는 대로 놔두면 시간이 해결해 주려나요? 글쎄요... 기다려 봐야겠습니다.
제 사연이 또 주저리 길어졌네요.
답답한 고구마 결말에, 개인사에다 너무 TMI라 이 글을 쓰고도 발행을 할까 말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이 문제로 계속 머릿속에 가득 차서 다른 글감으로 글을 못쓰겠더라고요.
이 또한 지금의 나에 관한 이야기이니 조심스레 용기 내어 올려봐요. 여기까지 긴 글 너그러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들어 심각한 글 투성이네요.
부디 제 글을 읽고 저의 푸념이나 우울함이 전염되지 않길 바랍니다.
내일은 집안 청소를 좀 거나하게 해야겠습니다. 제 마음을 청소하듯이요. ㅎㅎ
좀 더 마음의 정비를 해서 좀 더 밝은 내용을 쓸 수 있도록 절 잘 다독여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