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의 순간
나는 늘 바쁘게 사는 게 잘 사는 거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해야 할 일, 배우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목표가 항상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어떤 일이든 시작하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렸고,
하나를 끝내면 곧바로 다음 걸 찾아 나섰다.
그게 내 삶의 방식이자 내가 살아가는 이유처럼 느껴지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예고 없이 그 ‘달리기’가 멈추게 되었다.
수많은 직장인 분들이 마찬가지겠지만 나 역시도 건강검진은 매년 받는 연례행사였다.
이번에도 무심하게 검진을 받고,
결과를 기다리던 중 간호사 선생님이 나를 따로 불렀다.
“뇌 MRI 사진 속에 희미한 점 하나가 보입니다.”
“뇌종양이 의심되니 큰 병원 진료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 순간 모든 소리가 멀어지고, 시간이 멈춰버렸다.
그리고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게다가 나는 결혼한 지 이제 겨우 1년.
아내와 함께 미래를 꿈꾸던 시점이었다.
그렇게 병원 문 밖을 나섰고
무엇보다 마음을 무겁게 만든 건
이 사실을 아내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까 하는 걱정이었다.
근처 의자에 앉아 한참을 망설이던 중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전화가 울렸다.
“검진은 잘 받고 왔어? 왜 전화 안 받았어?”
“응… 근데 조금 문제가 생긴 것 같아.”
“무슨 문제?”
“MRI를 찍었는데… 큰 병원을 가봐야 할 것 같데”
5초간 정적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말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집에서 이야기하자.”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아내와 마주 앉아 한참을 말없이 울었다.
그날 밤 나는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난 무엇을 위해 살아왔을까?”
“정말 중요한 건 뭘까?”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남았을까?”
하지만
아직 대학병원에서 최종 진단을 받은 건 아니었기에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으려 애썼고
그날 밤, 나는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