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 신혼부부 1년 차에 쉼표를 만나다

부정하고 싶은 시간

by 노드

다음날 큰 병원을 가기 전 집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MRI 사진에 무언가 보인다’는 말을 들을 듣기는 했지만
마음속에서는 계속 ‘설마’, ‘그럴 리 없어’라는 말만 맴돌았다.

의사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큰 병원을 가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믿고 싶지 않았다.
방사선과 전문의라는 사실조차도, 그 판단이 정확할 수 있다는 것도.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잘못 본 거겠지. 괜히 겁주는 거야. 돌팔이일 수도 있어.’

그렇게 병원을 나와
또 다른 신경외과를 찾아갔다.
MRI CD를 들고, 누군가 다시 “아닙니다”라고 말해주기를 기대하며.

“젊은 분이 이런 걸로 오셨어요?”
사진을 보던 의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다시 보겠습니다… 아…”

잠시 말이 없던 의사는 결국 말했다.
“이건 개인 병원에서 보기엔 어렵습니다. 대학병원 진료가 필요합니다.”


나는 다시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
“검진에서 문제가 있다고 해서요…”
이번에도 결과는 같았다.
종양의 의심.
그리고 대학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조언.

짧은 시간 안에 세 명의 의사에게서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제야 나는 혼자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가 진짜 아픈 걸까?”
라는 현실이 서서히 밀려들었다.

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이 사실을 아내에게 또 어떻게 말하지?’
라는 고민이었다.
이미 검진 직후 한번 전했지만,
이젠 그게 ‘오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날, 아내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다녀왔는데… 두 군데서 똑같이 말해.”
“… 정말이야? 우리 만나서 이야기하자.”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고,
하루 동안 내가 겪은 이야기들을 조용히 전했다.
아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믿기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날도 서로의 손을 잡고
조용히 한숨만 내쉬었다.

그 길로 대학병원 신경과에 전화를 걸었다.
“가장 빠른 예약으로 부탁드립니다.”
진료는 3일 뒤로 잡혔다.
의사를 먼저 만나야 검사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우리는 3일을 기다리는 일을 시작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짧은 3일이,
내가 살아오며 가장 길고 깊은 시간이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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