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소리내지 않아도
오랜만에 아들 없이 아내와 둘이 마트에 방문했다.
마트만 가면 콩고물 하나 얻으려는 아들과 실랑이를 하지 않아도 되기에
시간을 맞춰 비밀리에 아내와 회동을 한 것이다.
아내와 나는 다짐을 해 본다.
구매하는 물건이 적든 많든 마트에서 카트를 끌지 않는 것은 마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리고 마트에서 카트를 끌지 않으면 충동구매를 할 수 없다.
길게 주차된 카트 중 하나를 꺼내어 끌기 시작했다.
무빙워크를 지나자마자 카트 바퀴 하나가 달그락달그락 거리는 것을 알게 되었다.
꽤나 신경이 쓰는 소리였다.
나는 입을 삐죽 내밀며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가 말했다.
내 대답은 ‘NO’이다.
다시 카트를 교체하기에는 부지런하지 못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신경 쓰이는 소리를 뒤로 하고 찬찬히 마트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처음에는 고장이 난 줄 알았다.
그렇게 신경 쓰이던 소리는 물건이 하나둘씩 채워지고 나서야 잠잠해졌다.
아니면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내 귀가 익숙해져서 일지도 모른다.
우리 머릿속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속담하나가 있다.
뜻은 빈 수레가 덜컹덜컹 소리가 요란하듯,
사람도 속에 든 것이 없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아는 체하고 더 떠들어 댄다는 말이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빈 수레냐!
속담을 카트로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우스운 생각도 해본다.
바구니가 비어있던 카트는 충동구매와 꼭 필요한 물건들이 합해지니 조용해졌다.
주위에 아는 것이 없고 잘난 척만 하는 사람들이 더 시끄럽게 떠들 때가 있다.
지식이 있고 없고 가볍고 무겁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 마음이 아파할 때 내 상황과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이
잘난 척을 하는 사람도 있다.
빈 수레와 빈 카트 마냥 말이다.
그런데 내가 ‘비어 있는 카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텅 빈 내 머릿속을 세상 이곳저곳 끌고 다니면서 관심이랍시고 시끄러운 소리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본다.
오늘은 ‘빈 수레’ 아니 ‘빈 카트’가 되지 않도록 내 머릿속을 무겁게 만들어 보려고 한다.
무거워진 머릿속만큼 내입도 무겁고 단단해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