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아 Feb 23. 2024

21세기 ‘빈 수레’는 이제 ‘마트 카트’

가끔은 소리내지 않아도

오랜만에 아들 없이 아내와 둘이 마트에 방문했다.

마트만 가면 콩고물 하나 얻으려는 아들과 실랑이를 하지 않아도 되기에

시간을 맞춰 비밀리에 아내와 회동을 한 것이다.

아내와 나는 다짐을 해 본다.     


"꼭 필요한 것만 사자."     


구매하는 물건이 적든 많든 마트에서 카트를 끌지 않는 것은 마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리고 마트에서 카트를 끌지 않으면 충동구매를 할 수 없다.

길게 주차된 카트 중 하나를 꺼내어 끌기 시작했다.

무빙워크를 지나자마자 카트 바퀴 하나가 달그락달그락 거리는 것을 알게 되었다.

꽤나 신경이 쓰는 소리였다.

나는 입을 삐죽 내밀며 아내에게 말했다.     


"꼭 이런다니까!"

"내가 고르면 꼭 어디 하나 나사 빠진 카트가 걸려."     


아내가 말했다.  

   

"카트 바꿔 올래?"  

   

내 대답은 ‘NO’이다.

다시 카트를 교체하기에는 부지런하지 못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신경 쓰이는 소리를 뒤로 하고 찬찬히 마트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처음에는 고장이 난 줄 알았다.     


그렇게 신경 쓰이던 소리는 물건이 하나둘씩 채워지고 나서야 잠잠해졌다.

아니면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내 귀가 익숙해져서 일지도 모른다.

우리 머릿속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속담하나가 있다.     


“빈 수레가 더 요란하다”     


뜻은 빈 수레가 덜컹덜컹 소리가 요란하듯, 

사람도 속에 든 것이 없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아는 체하고 더 떠들어 댄다는 말이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빈 수레냐! 

속담을 카트로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우스운 생각도 해본다.


바구니가 비어있던 카트는 충동구매와 꼭 필요한 물건들이 합해지니 조용해졌다.     

주위에 아는 것이 없고 잘난 척만 하는 사람들이 더 시끄럽게 떠들 때가 있다.

지식이 있고 없고 가볍고 무겁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 마음이 아파할 때 내 상황과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이 

잘난 척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그 기분 알아!”

“내가 그 상황 잘 알지.”     


빈 수레와 빈 카트 마냥 말이다.

그런데 내가 ‘비어 있는 카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텅 빈 내 머릿속을 세상 이곳저곳 끌고 다니면서 관심이랍시고 시끄러운 소리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본다.     


타인이 빈 카트가 될 수 있지만, 

나 또한 요란한 빈 카트가 될 수도 있다.     


오늘은 ‘빈 수레’ 아니 ‘빈 카트’가 되지 않도록 내 머릿속을 무겁게 만들어 보려고 한다.

무거워진 머릿속만큼 내입도 무겁고 단단해지기를 바라본다.     



텅 빈 머리와 텅 빈 카트는 같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가끔은 일차선 도로를 달리는 인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