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보고서를 잘쓰는 방법
군생활 짬바가 어느정도 되는 고참들은 보고서를 기가 막히게 작성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사람들의 보고서를 보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내용과 내용설명을 위한 표, 그림, 요도의 짜임새 있는 구성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색깔 또한 눈이 덜 피로하면서 시각화를 극대화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보고서는 글자와 표와 요도를 적절하게 배치하고, 깔맞춤만 적당히 잘하면 기본빵은 먹고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보고서 양식은 충분히 널리고 널렸는데,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을 충분히 하고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무작정 컴퓨터를 켜서 보고서 생산 작업을 시작하기보다, 지휘관의 지시사항이 뭐가 있었는데 내가 보고를 하고 싶은 내용이 무엇인지 충분한 고민과 구성을 하고 작업을 시작해라. 웬만하면 연필로 A4용지위에 대략이라도 스케치를 하면서 진행하면 훨씬 수월하다.
물론 초급장교에게 큰 기대를 하고, 보고서를 잘 써오라고 요구하는 고참들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에이스니까.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은 평정권자를 만족시켜 보자. 그럼 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될까? 일단 이게 무슨 보고서입니다 라는 개요가 들어가야 되겠고, 이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 배경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고, 세부 추진현황에 우리의 실태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보완방향을 집어넣으면서 상급부대 규정이나 법령같은게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세부내용을 보완설명 해줄 수 있는 붙임문서 또는 우측 날개에 요도 또는 그림등이 들어가면 그래도 초급장교 수준에서 90점 이상의 보고서는 만들어 진 것이라 볼 수 있다.
보고서를 작성할 때, 특히 용어에 주의하고 일부 용어 중 합참 및 육본에서 트렌디하게 사용하는 용어들이 있다. 그런 용어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알려면 평소부터 육본이나 합참의 보고문서를 자주 보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보고서를 다 작성했다면 출력 후, 1m이상 떨어져서 전체 윤곽을 한번 봐라. 기본틀은 괜찮은지, 색감은 괜찮은지, 줄간격이나 자간이나 상급자가 보기에 불편한 것은 없는지, 글자 크기는 똑같은지 등등.
보고서 하나에 내 진급이 걸려있다고 생각해본적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위계급으로 진출하면 진출할수록 보고서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이는 고참들이 정말 많다. ‘아니 보고를 위한 보고를 하려고 저렇게 까지 해야되나?’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확실히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보고서는 누가봐도 잘 작성됐다. 보고서 하나로 그 사람의 브랜드 가치가 결정되는 곳이 군대다. 초급간부때는 용사들과 함께 뛰고 훈련하는 게 주 업무이지만, 나중에 상위계급으로 진출하면 할수록 보고를 위한 보고 때문에 골치가 아플 것이다.
그때가서 보고서 작성하는 것이 골치가 아파서 피할것인가? 아니면 어릴때부터 미리미리 만들어보는 연습을 하고, 영관급 장교가 돼서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며 군생활을 할 것인가는 여러분의 생각에 달렸다.
보고서를 만들 때, 절대 간과하면 안되는 것이 한가지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고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고서를 작성해야 된다는 것이다. 내가 보고서를 작성하지만, 내 기준에 맞춰서 보고서를 작성해봐야 50점짜리 보고서 밖에 되지 않는다. 100점짜리 보고서를 만들고 싶으면 보고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보고서를 작성을 하고, 최소 3번이상 검토한 다음에 보고를 드려라. 검토를 할 때도, 1시간안에 3번검토 이런게 아니고, 오늘 1번 검토하고 수정하고, 내일 다시 1번 검토하고 수정하고, 모레 다시 1번 검토하고 수정하라는 의미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하기 싫어서 이리 저리 피해다니다보면 언젠가 내 발목을 잡을 날이 온다. 미리서부터 준비하고 연습해보자. 솔직히 쓰다보면 재미도 있다. '내가 하고싶은 말이 무엇입니다.' 라고 상급자에게 얘기하는데, 보고서 잘썼다고 인정받으면 그날 바로 소주2병 각이다. 정전 70년을 훌쩍 넘어서 행정군대가 되버린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지만, 지금 군대가 요구하는 것은 행정과 관리능력이다. 조직이 원하는 인재가 되어야 오래 군생활 할 수 있으니, 판단은 스스로에게 맡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