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권력에 대하여,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온통 세상을 시끄럽게 만드는 선거 시즌을 바라보면, '무엇이 진실일까?' 하는 생각보다는 변하지 않는 것들의 '영속성'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세상이 변했고 사람의 인식이 변했지만, 아직 변하지 않고 우리의 의식을 혼동에 빠뜨리는 것들이 '그 시기'를 앞두고 꾸준히 나타나는지 궁금할 뿐이다.
그래서일까? 지금까지 읽은 책들의 목록과 마무리한 시간을 보면서, 나는 유독 '이 즈음'에 언론, 정치, 권력에 대한 책들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역시 주기적으로 한 가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고 세상은 그런 관심을 예측이라도 했듯이, 진실을 알 수 없는 거짓으로 추측되는 것들이 난무할 뿐이다. 누군가는 속을 들여다 보려고 하지만, 누군가는 예측할 만한 피상적 스토리에 열광하는 것 같다.
세상 일에 관심이 많고 언어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노암 촘스키'라는 이름을 들어 본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촘스키는 진보주의 학자의 대표로, 보이지 않는 권력과와의 다툼에서 항상 약자를 지지하며 미국의 양심으로서 세상과의 소통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논문이나 인터뷰에서 그의 말을 인용하는 것을 자주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마 그의 '과하다' 싶을 정도의 직설적이고 왕성한 사회 참여 활동 덕분일 것이다.
이 책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는 인터뷰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이슈와 사회변화, 그리고 미래 예측까지 인터뷰는 폭 넓게 진행된다. 전쟁의 이면에 존재하는 진실과 기업의 탐욕, 언론의 횡포와 권력유착, 그리고 미국의 가려진 폭력성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대담을 진행해 나간다. 그러면서 촘스키는 한결같은 목소리를 내는데 그것은 촘스키가 사회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인 '진실'과 '자유'를 표방한다.
미국의 정치적 횡포와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기업의 비도덕적 이윤추구 행태들은 교묘한 방법으로 진실을 가리고 있고, 세상의 진실을 위한 목소리도 '조작적 동의'에 바탕을 둔 제도권의 부패한 언론의 유인에 묻혀 자유로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촘스키의 시선은 20세기와 21세 시대의 변화와 미국과 한국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거슬러 우리나라에도 분명 적용할 수 있고, 소재적 싱크로율은 복사판에 가깝다. 정치적으로 희생된 다수의 사람들과 그것을 바탕으로 성장해 나간 기업들, 그리고 그 이면에서 잇속을 채우고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언론들..선거철을 앞두고 촘스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다시 떠올리게 되는 이유가 된다.
우리는 정말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을까? 세상 일에 대한 숨겨진 진실과 자유를 찾지는 못하더라도, 때로는 몰라서, 때로는 귀차니즘으로, 때로는 나만 모르는 아집으로 인해 진실과 자유를 찾는 것을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는지는 않은지.. 그 자문자답을 위해 가금씩 뒤적여 볼 만한 책.
10년 전 지금 읽었던 책이 다시 눈에 재미있게 들어오는 것을 보며, 10년 동안 변해 온 강산에 부끄러움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