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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n Jan 09. 2022

나의 인생과 야구에 대한 개똥철학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야구 잡담, 테드 코헨의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스프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서슴없이 '야구'라고 답한다. 그리고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를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항상 야구는 '인간적이다' 라는 답을 하곤 한다. 다소 엉뚱한 얘기일 수 있지만 야구만이 유일하게 구기 스포츠 중에서 공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된 운동이기도 하고 인생에 비유되는 다이아몬드를 사람이 돌고 돌아 홈으로 사람이 들어와야 점수가 나는 운동이라는 점이 나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야구를 왜 좋아할까? 스포츠의 속성 상 참여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룰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면, 모든 경기에서 느끼는 긴장감은 아주 기본적인 매력이다. 하지만 야구는 긴장감 이상의 무엇이 존재한다. 야구에는 인생의 여러가지 이면이 담겨있기도 하고 경기 중에 생각을 해야만 하기에 정적인 면과 동적인 면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많이 뛰는 것 같지 않으면서도 힘들기도 하도 주어진 상황별로 자신이 해야 하는 역할이 정해져 있기도 하면서 발생하는 돌발 변수도 생기니 잠깐 다른 생각을 하게 되면 팀 운동으로서 경기를 망치고 심지어 날아오는 공이 다치는 경우도 번번히 발생한다.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는 기존의 야구서적과는 질적인 면에서 다르다. 수많은 야구 이론이나 지침, 역사적인 이야기 거리는 물론이고 생각하는 야구의 매력을 좀 더 철학적으로 다루고 있다. 홈이라고 불리는 이유, 야구에서의 윤리적 문제, 팀과 팬의 관계, 야구에서 인생에서 희생과 판정의 의미, 그리고 미국에서의 야구가 미치는 영향 등은 야구가 단순한 몸의 움직임에 근거한 스포츠를 넘어 철학적 사고가 가능한 스포츠로 격상시킬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최초의 흑인 메이저리거인 '제키 로빈슨'의 이야기와 여성의 야구 사랑을 담은 '일라 보더스'의 이야기에서 현재의 빅리그가 있기 까지 밟아왔던 역사적 진통을 우리는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기도 하다. 게다가 철학적 이야기와 야구 지식들, 야구에 얽힌 비화들을 심심찮게 얻을 수 있으니, 야구를 최고의 스포츠로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 책은 야구를 이해하는 철학적 구세주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야구를 못 하고 있는 것이 아쉬움 가득인 지금, 이 책은 야구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 번 가다듬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해 주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라는 최고의 철학자가 모든 현자와의 대화에서 증명했던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없다'라는 말을 음미하며, 스스로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실패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타석에 나서는 타자들의 도전과 아레테(선수와 관중 모두를 위한 공공의 선, 탁월함)와 맞설수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 그리고 정해진 것은 없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마음 속 흥분이 무언가를 배우는 지식적 열망과 일치한다는 마지막 메세지에 찬사를 보낸다. 기다림과 긴장과 열정이 그라운드에 존재하고 홈으로 들어와서는 잠시나마 편암함을 느끼며 다음의 기회를 생각하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과 닮아 있지 않은지...


프로야구가 생기기 전 고교야구가 전부일 때, 고등학교 타자와 투수들의 데이터를 줄줄 외우며 분석했던 그 노력이, 국내 프로야구를 거쳐 이제는 매이저리그까지 넓어진 것 같다. 이제는 직접 그라운드에서 뛰기에는 힘들고 벅차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은 간직하고 있고, 보는 시각과 무대가 넓어진 것만큼 나의 인생도 그만큼 성숙되고 있는 것이 아닐런지... 


책상 위에 놓은 야구공을 만지작거리며 50이 넘어서 두 번째 인생살이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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