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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n Jan 20. 2022

바뀐 세상에 바뀌지 않은 외침

21세기 청년에게 외치는 노년 운동가의 목소리, 스테판 에셀 <분노하라>

스테판 에셀이라는 다소 낯선 이름에 눈이 멈추게 된 것은 '분노하라'라는 직접적이고도 선동적인 제목 때문이었다. 학창시절 사회과학 서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런 자극적인 제목을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인터넷 온라인 서점에서 볼 수 있다는 것에 잠시나마 내 눈을 의심했지만 <분노하라>라는 제목이 주는 중압감과 함께 나에게 있어 스테판 에셀의 책들은 첫 만남부터 강렬하게 다가왔다.


스테판 에셀이 2차 세계대전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일원이었고 나치 수용소에서 몇 번에 걸쳐 기적적으로 탈출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 책은 단순히 인류가 겪은 불행을 이야기하거나 나치 소행의 참혹함을 고발하는 정도의 자서전일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노신사가 외치는 '분노하라'라는 외침은 예상한 것 이상의 울림이 있었고 과거의 소회가 아닌 지금 우리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그 시작은 인류애적 기본 원칙과 인간성에 바탕을 두고 있었기에 저자의 외침은 2차 세계대전을 지나 현재까지도 유효한 외침이 되고,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독점 자본세력과 신자유주의가 넘쳐나는 지금 진행형인 묵직한 화두임에 분명했다. 그리고 과거처럼 침략세력, 착취세력, 반민주적 세력이라는 명확한 적이 존재하였던 시대가 아니라는 시대적 차이가 있듯이 누가 누구의 적인지 모호한 시대에 은연 중에 권력이 특정 집단이 독점하면서 내가 억압받고 있다는 사실 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고 억압의 실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불명확한 시대에 대한 고발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는 내가 받을 불이익과 어쩔 수 없다라는 체념으로 원칙이 무시되고 정의가 약탈되고 부도덕이 당연시되는 시대에 중립으로 일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거기에 복잡한 세상에서 벗어나 온전한 개인만을 위한 것이 최고의 덕목이 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우리는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알고 싶어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케네디 대통령이 단테의 신곡을 빌어 '지옥 최고의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자들의 몫'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그런 애써 눈감은 겸손이 사회를 바꾸고 더 나은 사회를 넘겨주는데에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고, 플라톤이 말했던 것처럼 '정치에 참여하지 않은 가장 큰 벌은 가장 저질스로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 했던 것처럼 젊은이들의 무관심이 사회를 좀먹는 세력들에게 자양분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더욱 아닐 것이다.


'창조가 저항이고 저항이 곧 창조'라는 마지막 메세지에서 우리가 얼마나 자기 중심적이고 반 이성적인 세계에서 잘 살고 있는지... 그러면서 원칙과 정의가 파괴되고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 눈을 감고 있지는 않았는지...오늘 또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책을 읽는 한 시간 여동안 지난 과거를 돌아보며 불구덩이를 만진 것처럼 마음 저편이 시커멓게 타 버렸다. 그리고 오랫만에 학창시절 혈기 왕성했던 그 시절의 나를 발견하며, 그때와는 바뀐 현재에 아직도 그때의 외침이 유효하다는 아이러니와 10년 전 책이 오늘에도 새롭게 받아들여진다는 그 의미를 오늘 다시 생각해 본다. 무관심에 대한 분노, 인간을 이루는 기본요소로서 분노의 의미까지...


ps. 공교롭게도 대선 정국이라는 시기적 특성으로 망설임도 많았지만, 판단의 몫은 개인 스스로에게 돌아갈 것이기에 '주저하지 말고 관심을 가지라'는 의미로만 받아들이면 좋을 듯 하다. '나'에 대한 관심에 앞서 '우리'에 대한 관심, '좌'나 '우'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 될 것이고, 지난 날 보다는 조금은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 속에서 그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며 더욱 족할 것 같다.


※ 커버이미지 출처 :  unsplash / Bernardo Lorena Ponte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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