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와 패자의 갈림길에 서서 볼프 슈나이더의 <위대한 패배자>를 읽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배운 역사라는 이름의 사건 기록들은 철저히 승자의 관점에서 기록되었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역사가 왕조 중심의 역사가 전부인 것처럼 인식되어지고, 서양의 역사 또한 전쟁과 상호간의 알력과 다툼에서 얻어진 결과를 다루는 것이 보편시 되어 온 것이 바로 그 증거다.
그러면 승자의 역사만을 기억될 때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수 있을까?
누구나 승자가 되고 싶어한다는 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 승자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우리는 과거를 되돌아 본다. 하지만 세상에 어찌 승자만 있을까? 그럼 그 패자는 철저히 사회에서 사라져야 하는 사람들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면 그렇지는 않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우리는 어쩌면 패자에게 더 많은 교훈을 얻고, 패자로부터 더 많은 감동을 느낄수도 있다. 그것은 결과 중심의 역사관을 뒤집어 과정 중심으로 시각을 바꾸었을 때 가능하다.
위대한 패배자는 왜 패배할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시각에 사고의 중심을 둔다. 비참한 패배자, 영광스런 패배자, 승리를 사기당한 패배자, 그리고 패배자에서 승자로 거듭난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패배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중 우리가 기억해야 할 패배자는 과정에 충실하며 양심을 팔지 않고 대의를 위한 자신을 희생한 패배자들이다. 그런 패배자를 역사는 완전한 패배로 기록하지는 않겠지만, 승자의 기록에서는 엄연히 패배자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 패배는 승리와도 맞바꿀 수 없는 패배일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패배 속에서 감동과 교훈을 얻기 때문이다.
한 때 정치권에서 영혼을 팔지 않는다 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단순한 숭리를 위해 불의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런 모습이 어쩌면 패배를 알고도 묵묵히 걸어가는 위대한 패배자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런 기억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모습은 거짓과 비방이 난무하고 자신의 허물을 가식으로 덮어내며 승자가 되기 위한 몸부림으로 스스로의 영혼을 팔아버리고 있다. 위대한 패배자 보다는 추악한 승리자 만을 염원하는 것 같다.
누군가는 승자가 되고 누군가는 패자가 되는 역사의 법칙에서 과연 '진정한'이라는 말을 붙이면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는 어떻게 변할까?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한 번은 자신의 관점과 사고를 리와인드 시키고자 할 때 읽어볼 만 한 책이다.
표지 사진 : Mr Cup / Fabien Barral from the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