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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n May 07. 2022

관계의 균형과 반추(反芻)의 기술

자존감과 배려심을 위한, 정문정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지금 생각하면 그냥 지나간 일이라 여기며 웃으며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그 때는 우리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초등학생으로서 겪어야 했던 마음고생을 우연히 알게 되었을 때, 생각이 성숙되지 않은 아이들만의 문제로 넘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뒤로 하고, 부모들이 대하는 태도는 인간관계라는 것이 정말 한순간에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시켜 주었다.

뭘 그런거 가지고 그러냐? 라는 말은, 아마도 살면서 누구나 수십 번씩 들었던 말들이 아닐까 싶다. 혹은 멋적어서, 강하게 보이기 위해서, 아님 정말로 미안한 마음이 없어서 그런 말을 내뱉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관계의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 우리 가족이 선택한 것은 긁어 부스럼을 내기 보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관계를 청산하는 것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왜 맞서지 않았을까? 하는 조금의 후회감도 들지만, 그런 말들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변화를 예측할 수 있었기에, 자기 편을 만들려고 무던히 애쓰면서 무관한 사람들을 전염시키기에 앞서, 우리 가족은 그냥 그 관계를 청산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렇게 잘 살아 보삼!' 이라는 말과 함께...



선을 넘어 들어오는 사람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우리의 감정을 갉아먹고 있는지 모른다


정문정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선택하여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은 비단 직장인으로서 겪은 나만의 고충을 달래기 위해라기 보다는, 아직 생각의 근육과 처신의 연습이 부족한 아이에게 읽혀 줄 생각이 컸다. 하지만 읽는 내내 가해자로서 아님 피해자로서 나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것을 느꼈을때, 이 책은 아이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미숙한', 그러면서도 그것을 '모르는' 어른들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이 은연 중에 강요하는 '착한사람주의',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 반쪽짜리 패거리 문화, 부당한 처우에 항거하지 못하는 우울한 미생들, 그리고 부정적인 언사를 겪으면서 관습의 스테레오타입으로 인해 자신의 자존감을 한껏(?) 낮추고 살았던 시간들 등, 우리는 어쩌면 모두가 이유없이 지속되어 온 엉성한 관계 속에서 희노애락을 느끼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들어 불기 시작한 미투 운동도 무례한 사람들에게 한 방 먹이는 시원함과 함께, 우리 사회가 좀 더 건전해 지기 위해, 약자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문화를 바꾸어 나가는 조그만한 시작이 아닐런지..(물론 미투도 기존 남성중심의 사회 질서를 해체하는 것을 반대하는 남성들로 인해 교묘한 방해를 받고 있지만). '좋게 좋게 넘어가지 않아야 좋은 세상이 온다'는 말처럼 긍정적인 인생 이라고 말하는 일명 '개소리'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할 듯 하다.

때로는 용기가 필요한 것처럼, 때로는 적당한 무시도 유용하다. 괜한 것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고 때로는 맞서 싸우는 힘도 필요하다. 어떨 때에는 직설법으로 어떨 때에는 우회전략으로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것도 좋다. 이런 관계의 균형을 맞추려는 연습은 어른들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정문정의 책은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좀 더 효과적인 인생살이를 위한 지침서가 아닐런지.. 감정의 동요없이 '금 밟으셨어요!" 라고 말해 줄 수 있는 그런 멋짐이 폭발할 수 있도록.




PS. 하지만 더욱 경계해야 하는 것은 우리들이 갑질에 분노하듯, 우리는 어쩌면 또 다른 관계 속에서 갑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이 책 속에서 혹시나, 내가 그 대상이 되어 있지 않았나 하는 걱정이 앞서는 건 아마도, 나도 직장에서 가정에서 친구관계에서... 어쩔 수 없이 고착된 타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내가 받은 만큼 혹시나 남에게 그 아픔을 전달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는지 곱씹어 본다. 나의 자존감 못지 않게 반추를 다른 사람의 배려도 소중한 것처럼..





커버 이미지 디자인 :  Niklas Ohlrog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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