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zy Factory 3화] 최후의 생존자는 누가 될까?
자동차부품 생산 라인에선
작은 부품의 자재 여러 개를 조립틀에 넣고
버튼을 누르면, 로봇이 결합 후 용접을 하여
보다 큰 자동차 부품이 된다.
로봇이 차체를 잡고 움직이며,
자동으로 용접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언맨이나 트랜스포머가 생각나기도 한다.
용접할 땐 약간의 불꽃이 튀는데
눈에 들어가지만 않는다면, 별로 위험하진 않지만
가끔 맞게 되면 좀 따끔거리긴 하다.
긴 시간 근무하며, 체력적인 무리가 가는
주야 맞교대 (2조 2교대) 생산직이다 보니
얼마가지 않아 퇴사하는 이들을 참 많이 보게 된다.
현재 내가 속해있는 라인은 가장 물량이 많은 곳이라서
출근할 때마다 한 번에 5,6명이 새로 입사하고 있을 정도인데
바로 다음날이면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일을 시작하고 금방 관두는걸, 추노 한다라고 하는데
출근 첫날 몇 시간 하다 추노 하는 사람도 봤고.....
로봇이 용접할 때, 불꽃이 튀는 걸 보고
한 2미터 뒷걸음질 치더니 20분 만에 추노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젠 새로 입사한 사람들 중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그대로 퇴사한 걸로
자연히 받아들이게 되고
다시 그 자리를 채우는 새로운 사람들을 보게 된다.
지난번 팔토시를 선물해 줬던,
브로맨스 형에게 난 말했다.
"매번 사람이 그만두고,
새로 다시 들어오고...
자꾸 순환이 되다 보니,
이거 서울에서 영업할 때보다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는 것 같은데요?"
"푸하핫~그거 너......
여기를 비하하는 발언 아냐?"
"아녀~전 그냥..... 실제로 그런 것 같아서. 하하"
날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오게 되니,
이들에게 일을 가르치고 봐줄 인력도 부족한 상황.
오죽하면, 오늘 일을 배운 사람이 내일 새로 온 사람에게
자신이 배운 걸 알려주면서 라인을 돌리게 되기도 했다.
입사 3주 차인 내게 조장님은 상황이 이러하니,
오다니면서 신입을 교육하고, 관리를 부탁한다고 하셨다.
"아? 저도 이제 입사 3주 차밖에 안 됐는데.....
알겠습니다. 초고속 승진이네요."
각자 이전엔 아마도 다른 일을 했었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
나보다 최소 20살 이상은 많으신
연배의 어르신도 계셨는데,
호칭을 '어르신' 하고 부르니
'형'으로 불러달라고 하셔서,
'큰 형님'으로 부르면서 일을 알려드리고 있다.
약 8명~10명 정도에게 일을 알려드렸는데,
사수로 나를 인식하게 되어서
알람이 떠서 로봇이 멈추거나, 궁금한 점이 있을 땐
날 찾아와 질문을 하셔서 며칠간은 좀 정신없기도 했다.
긴 근무시간은 이제 예전보다 적응이 되었고
점심 연장근무가 생기면 (식사시간 20분)
10분 만에 식사를 끝내고,
남은 10분은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나이가 보다 어렸을 때보다
분명히 체력도 약해졌는데 이런 살인적인 일정에
크게 불만도 가지지 않고, 큰 무리 없이 버텨낼 수 있는 건
그동안의 여러 경험을 통해서 사고의 전환이 많이 이뤄졌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긴 공백을 보내고 일자리를 찾기 위한 수많은 지원,
면접, 탈락의 쓰라린 경험들도 크게 영향을 미쳤을 테고 말이다.
시간이 보다 지나면, 언제 어느 순간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결심이 오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오늘 하루
정말 열심히 살았다 하는 성취감, 뿌듯함이 생기는 것은
긴 하루의 끝에 매번 주어지는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