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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치는목동 Oct 26. 2024

당근마켓에서 무료 나눔을 하고 생긴 일

당근마켓에서 중고거래나 무료 나눔을 하다 보면


비매너인 사람을 만나서 속상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따뜻한 정을 느끼게 될 때도 많다.


그동안 무료 나눔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화들을 소개한다.





주야교대 생산직에서 대부분 야간근무일 땐 식사와 별도로 컵라면을 야식으로 제공해 준다.


짧은 휴식시간에 먹는 사람은 거의 없고 집으로 하나씩 가져가다 보면 어느새 잔뜩 쌓이게 되는데


물론 중고거래로 판매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필요로 하는 여러분들에게 나눔을 주로 하고 있다.



같은 동네에 살지만 특별히 왕래할 일이 없는 다양한 이웃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어느 배달 라이더님께선 내가 사는 아파트로 배달 오시며 라면을 픽업받아 가시기도 했다.


1인 가구로 지내며 즉석밥을 애용하다 보니


소비기한이 한참 지난 오래된 쌀을 어떻게 처리할까 하다


닭을 키우시는 분께 닭모이로 나눔 하게 된 적도 있다.



우리 집 앞에 나눔 받기로 하신 분께서


도착하셨다는 메시지를 받고 나갔는데.......



이건 저희가 키우는

닭이 낳은 거예요.


부모님이 직접 키우시는 닭이 낳았다는


새하얀 닭알을 가져와서 내게 건네주셨다.


나눔 받으신 분께서 보내주신 후기


나눔 해드린 쌀을 먹게 될 닭이 직접 낳은 닭알을


깜짝 선물로 받으니 신기하면서도 닭이 몇 마리 안돼서


더 많이 주시지 못했다는 말씀에 왠지 가슴이 찡해졌다.


어르신들 뿐 아니라 평소 접할 일이 없는 학생이나


어린이와 거래를 하게 되기도 했다.


하루는 울산에서 지내던 형이 마카롱을 얻어왔는데,


즐겨 먹지 않는 간식이라 형의 동의를 받고 역시 나눔 하기로 했다.


무료 나눔을 원하는 많은 신청자 중, 성의 있는 내용으로 '첫 나눔 신청' 이거나


학생으로 보일 경우에는 아무래도 가산점을 드리게 된다.


마카롱 나눔 글의 한 신청자, 첫 나눔 신청으로 표기되어 있다.


한 신청자의 예의 바른 인사에 먼저 기분이 좋아졌는데


'엄마가 비싸서 자주 안 사주셔서'에서 1차로 마음이 약해졌고,


나눔 받으면 동생과 맛있게 나눠먹겠다는 예쁜 마음의 2차 공격에 도저히 나눔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동생과 함께 먹도록 컵라면 2개도 추가로 챙겨서


비도 오는 날이고 산책 나가는 김에 직접 인근까지 가져다 주기로 했다.


이윽고 환한 미소를 짓는 어린 여자 중학생을 만났는데


함께 나눠먹을 거라던 어린이 동생도 같이 데리고 나와서 내게 무언가를 건넨다.



어린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다고.....


빵과 음료수를 내게 건네는 것이다.


괜스레 미안하면서도 감동을 받았는데 컵라면이라도 더 얹어 가져가서 다행이었다.


이후 마음씨 예쁜 학생들은 정성스러운 후기도 보내주었다.



살다 보면 가진 것이 거의 없는 나이지만,


때로는 나눔을 하고서 오히려 내가 나눔 받은 것처럼


마음이 풍성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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