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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치는목동 Oct 26. 2024

이슬비 내리던 날, 도로가의 두꺼비와 낯선 이의 온정

내가 작은 전통카페를 찾아간 이유

우산 없이 비를 맞아도 좋을 정도로


약한 이슬비가 조금씩 내리던 날.


즐겨 산책하는 회동수원지의 도로 위로


길을 잘못 찾은 두꺼비 한 마리를 보았다.


도로가를 빠져나가려고 영차영차 부지런히 나아가는 모습에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 잠시 고민되었다.


손으로 잡아서 옮겨줄 자신은 없고


괜히 놀라게 해서 차도 가까이 가면 안 되기에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는지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못 가게 막을 심산이었다.



차가 쌩쌩 지나갈 때는 깜짝 놀라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


다시 부지런히 느리지만 한 걸음씩 앞을 향해간다.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은 미처 두꺼비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고,


나 혼자 그의 고독한 행보를 응원하고 있었다.


잠시 후, 무사히 도로를 빠져나가는 걸 확인하고 다시 길을 되돌아가기로 한다.





어느새 저녁 무렵이라 어두워지고 있었다.


집으로 가려면 작은 고개를 넘어가야 하는데


지나가던 차량 한 대가 갑자기 멈추더니, 말을 건넨다.


"이 고개 넘어가시는 거예요?"


그렇다고 하자 가는 길이니 태워주시겠다고 한다.


캄캄해진 날씨에 인적도 드문 곳에서 걸어가는 내게


호의를 베풀어주신 것인데, 흉흉한 세상이다 보니


내가 거절한다면 좀 민망한 상황이 생길 것도 감수하고 말씀하신 것이리라.


물론 내가 여자였다면 선뜻 그 호의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하고 오는 길에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내가 항상 회동수원지 산책을 갈 때 지나쳤던 전통카페의 사장님이셨다.


아직 이용해 본 적은 없지만 지나갈 때마다 궁금했었는데 다음번에 카페에도 들르겠다고 인사를 드렸다.


이슬비가 촉촉이 내리던 날, 무사히 집을 찾아가는지 두꺼비가 걱정된 내 마음처럼....


낯선 이의 눈엔 인적이 드문 곳에서 걷고 있는 내 모습이 왠지 모르게 신경 쓰였는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계절이 바뀌고 다시 회동수원지를 찾으며


온정을 베풀어주셨던 사장님의 카페를 들러보았다.



좀 쌀쌀한 날씨, 카페에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금방 얼었던 몸을 녹인다.


당연히 사장님은 날 기억하실 리가 없으니 일반 고객인척(?)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했다.


먼저 입장하신 손님 일행이 '신발을 벗어야 되나요?' 하고 물어볼 정도로


사랑방 느낌으로 꾸며진 전통카페였다.


잠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카페를 떠나는 길에


'추위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라고 덕담해 주시는 사장님.




저, 사실...

작년에 고개를 넘어가는데

사장님께서 차를 태워주셨던 적이 있어요.

그때 정말 감사했었습니다.



시간도 많이 지났고 캄캄한 저녁이었던지라


사장님께선 기억 못 하시는듯했지만 감사하다고 하시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덕담을 이어서 해주셨다.


한결 후련해진 마음, 보다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아름다운 회동수원지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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