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혼영
혼자 영화 본 적 있나요?
'당연하지'라고 대답하는 분들이 많을
그야말로 혼영의 시대이다.
집에서 넷플릭스, 디즈니 등 다양한 OTT 플랫폼으로 시청하는 분들도 많으며,
한 때 PC에서 동영상 크기를 줄여 극장에서 영화 보는 기분을 내는 짤이
유머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했었다.
난 너무 사람들이 북적이는 걸 좋아하지 않기에
이따금씩 극장에서 조조영화를 보고 오곤 한다.
서울살이를 하던 어느 날, 정말 말 그대로 극장을 대관이라도 한 것처럼
나 혼자 영화를 본 적이 지금까지 한 번 있다.
그 영화의 제목은 보헤미안 랩소디.
Queen의 오랜 팬인 나는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다룬 이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하고 싶었고 조조영화로 예매했다.
그. 런. 데......
예매한 사람이 나 혼자인 것이었다.
보다 상영시간이 임박하면 현장예매로 오는 사람도 몇 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상영관에 도착하여 직원이 출입문을 닫고
이제 곧 영화가 시작되는데
아무도 없는 정적 그 자체.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조금 당황하였다.
한 명이라고 설마 상영을 취소하는 건 아니겠지?
아니, 그럼 만약에 나도 안 왔으면
관람객이 0명인데 그래도 상영을 하는 건가?
여러 생각이 드는 와중에도 공포영화는 아닌 게 천만다행이라 안도했다.
정말 나 혼자인 상태로 영화는 시작되었고, 처음엔 좀 어색했지만 금세 적응하여
편안한 자세를 취해가며 잘 감상하였다.
영화가 끝나고 문을 열어주는 직원분에게 너무 궁금했던 질문을 드렸다.
"저기 혹시... 관람객이 아무도 없어도 영화를 상영하는 건가요?"
"네, 고객님. 미리 상영되도록 준비해놓기 때문에 관람객이 없어도 영화는 상영한답니다."
그런 것이었구나.... 진짜 아무도 없을 때엔 어쩌면 직원분들이 앉아서
영화 관람을 할 수도 있겠다는 나름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했다.
이후로는 OTT 작품 등 여러 볼거리가 많아진 데다 사악하게 인상된 티켓값을 보고
'나 앞으로는 헌혈을 통해서만 영화를 보리라' 하고 마음먹게 되었다.
헌혈은 레드커넥트 앱을 통해서 예약하면 전자문진도 미리 앱에서 할 수 있어 대기시간이 단축된다.
헌혈 기념품이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졌지만
오로지 난 영화관람권을 선택했다.
오래간만에 부드러운 촉감의 주머니를 쥐고 잼잼을 하고 있으니
아기로 되돌아간 기분도 든다.
최근에는 영화 티켓 가격에서 관객이 지불한 금액과 영화상영관 통합전산망에 보고된 금액의 차이가
최대 4,000원에 이른다는 것이 밝혀져서 영화발전기금의 탈루 가능성이 지적되기도 했다.
'헌혈을 통해서만 영화를 보리라'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