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으로 알게 된 김애란은 슬프지만 맑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작가로 기억한다. 단편집 《바깥은 여름》에 담긴 일곱 개의 이야기에서도 그러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상실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를 찾아온다. 크게는 사랑하는 대상의 죽음일 수도 있고 연인에 대한 감정의 증발이거나 혹은 자녀의 성장일수도 있다. 어떤 상실은 자아가 쪼개지는 고통을 주기도 한다. 김애란 작가는 상실을 경험하고 문 밖의 세상과는 다른 공간에서 상처받은 영혼들이 감내하는 아픔을 가만히 지켜보도록 독자를 이끈다.
〈입동〉은 어린 아이를 사고로 잃은 부부의 이야기다. 감히 짐작하기 힘든 그 슬픔의 무게가 “자정 넘어 아내가 도배를 하자 했다.”라는 첫 문장에서부터 느껴진다.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이들의 일상적이지 않은, 질서가 무너진 대화가 위태로운 상황을 짐작케 한다.
〈바깥은 여름〉이라는 제목과 이 책에 대해 작가는 ‘무언가 잃어버린 사람들이 세상과 타인에게 느끼는 온도 차, 시차 때문에 가슴에 결로와 얼룩이 생기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다름은 곧 외로움이다.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 바로 외로움일 것이다.
현대인들은 타자의 고통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타인의 성공과 실패에만 관심을 둘 뿐이다. ‘놀란 듯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쉬운 판단과 사소한 실수는 다친 몸과 마음을 겨우 일으키려는 이들을 다시 주저앉힌다. 여름을 즐기는 사람들은 겨울의 외로움을 상상하지 못한다. 김애란의 소설은 그 먼 공간 사이를 메우려는 노력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묵묵히 고통을 겪어내고 삶을 살아낸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외로움을 견디고 고통을 지나올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은 고통의 무게를 덜어줄 수는 없지만 외로움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외로움을 견디게 하는 힘이란, 섣부른 공감이나 얄팍한 관심이 아닌 시리가 갖고 있는 예의와 같은 작은 배려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단편은 〈입동〉에서 시작해서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라는 물음으로 끝이 난다. 고통을 겪는 이들이 외로움에 지치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올 때까지 함께 기다려 주자고 작가는 독자들에게 말하는 듯 하다. ‘삶이 그렇게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란 걸 안 뒤에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분들을 보며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고 김애란은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