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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디 Oct 20. 2021

1-3.여드름 짜기는 얼마나 천시(賤視)되는가

교과서 of 교과서 조차…


라떼의 레지던트 시절 원탑 피부과 교과서는 ‘Fitzpatrick's Dermatology (이후 피츠패트릭)'이었다.

이 교과서의 아성은 여전히 무너지지 않았고 지금 현재도 건재함을 과시한다.

전 세계 피부과 의사라면

반드시 한 권은 가지고 있을 교과서.

나는 5,6 판을 공부했는데...벌써 9판이라니..


는 레지던트 시절, 교수님들의 여러 날카로운 질문에 “피츠패트릭을 보면.. “이란 수식어를 넣어 답을 하곤 했는데 이는 교수님들을 늘 기쁘게 만족시키는 답안이 되곤 했다.

물론 고작 레지던트 주제에 피츠패트릭을 깡그리 모두 섭렵할 수는 없어 때론 확신이 없을 때조차 운명을 건 모험을 하듯 피츠패트릭을 갖다 붙인 적도 꽤 많았지만 걸리지 않는 이상 그것은 '정답'으로 간주되었다.

(다행히 걸린 적은 없었고, 덕분에 꽤 우수한 레지던트라는 평가를 받으며 수련 기간을 마쳤다)

 꼼수 가득한 나의 '라떼' 모험담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피츠패트릭은 피부과 의사들에게 있어 권위 있는, 교과서 of 교과서라는 것을 설명하려는 것이다. 이 교과서는 그럼 '여드름 짜기'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사실 피츠패트릭에서는 이 '여드름 짜기'를 여드름 수술(Acne surgery)이란 보다 넓고 포괄적이며 소위 뽀대 나는 용어를 붙여 주며 설명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그 전체 내용모두 다 여기 소개하기에 부담이 없을 정도로 분량이 쥐꼬리만 하다. 

정확히 말하면 총 아홉 문장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이 이 아홉 문장만 정확히 익힌다면 '여드름 짜기'에 대해서만은 웬만한 피부과 전문의와 거의 같은 지식수준을 갖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교과서 of 교과서의 여드름 짜기 부분 전문(全文)을 내 나름의 해석과 함께 소개한다. 의 해석은 행간의 의미를 지나치게 과장한 것일 수 있으므로 각자가 읽어보고 판단해 보길 바란다.


Acne  surgery,  a  mainstay  of  therapy  in  the  past  used for  the  removal  of  comedones  and  superficial  pustules,  aids  in  bringing  about  involution  of  individual acne  lesions.

과거에, 한 때, 문명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에나 주로 시행하던 여드름 수술은(면포나 얕은 농포를 제거하는 것, 즉 여드름 짜기.) 각각 개별적인 여드름 병변을 좋아지게 하는 데는 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However,  with  the  advent  of  comedolytic  agents,  such  as  topical  retinoids,  its  use  is  primarily  restricted  to  patients  who  do  not  respond  to comedolytic  agents.

밧뜨!(but), 그러나!, 그렇지만!, 하지만!! 문명은 발달했고 이제 바르는 레티노이드 같은 훌륭한 약들이 널려있는 이 시대에 이런 약을 안 쓰고 여드름을 짜 대는 짓은 어리석기 그지없다. 여드름 짜기란 정말 이런 약이 안 듣는 환자에게나 어쩔 수 없이 해보는 마지막 수단 같은 거다.


Even  in  these  patients,  the  comedones  are  removed  with  greater  ease  and  less  trauma if  the  patient  is  pretreated  with  a  topical  retinoid  for 3  to  4  weeks.  

심지어 이런 환자들 조차도 이 훌륭한 약들을 쓰며 3-4주 기다려 보면 면포가 매우 쉽고 큰 손상 없이 잘 짜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Acne  surgery  should  not  be  performed at  home  because  inaccurate  placement  of  the  comedo  extractor  may  rupture  the  follicle  and  incite  an inflammatory  reaction.

여드름은 절대 집에서 짜서는 안된다. 압출기를 함부로 얼굴에 갖다 대었다간 모낭이 터지고 오히여 염증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The  Unna  type  of  comedo extractor,  which  has  a  broad  flat  plate  and  no  narrow sharp  edges,  is  preferable.

압출기 따위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지만 굳이 사용해야겠거든 좁고 날카로운 모서리가 없이 넓고 편평한 면을 가지고 있는 Unna  type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The  removal  of  open  comedones  is  desirable  for  cosmetic  purposes  but  does not  significantly  influence  the  course  of  the  disease. In  contrast,  closed  comedones  should  be  removed to  prevent  their  rupture.

블랙헤드를 짜는 것은 그저 보기에만 좋은 미용적 목적이지 여드름 병의 경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래도 화이트 헤드는 속으로 터져서 곪는 것을 막아주므로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지.


Unfortunately,  the  orifice of  closed  comedones  is  often  very  small,  and  usually  the  material  contained  within  the  comedo  can be  removed  only  after  the  orifice  is  gently  enlarged with  a  25-  or  30-gauge  needle,  lancet,  or  other  suitable sharply  pointed  instrument.  

화이트헤드의 경우 안타깝게도 모공의 입구가 너무 작아서 25-30 게이지 바늘이나, 메스 칼, 뾰족한 기구를 사용해서 입구를 넓혀 주어야만 배출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Cotton-tipped  applicators  are  also  useful  to  gently  extract  follicular  content after the orifice is opened.

입구를 열어준 다음엔 면봉으로 부드럽게 짜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끝. 이제 더 알려고 하지 마라. 알 필요도, 알려줄 것도 없다.

 

비록 허울 좋게 여드름 수술 Acne surgery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주긴 했지만, 고작 이것이 피부과의 교과서 of 교과서 피츠패트릭에 나와있는 '여드름 짜기'에 대한 내용의 전부이다.

영어 원문까지 함께 읽어 본 독자라면 가 의도적으로 과장하여 여드름 짜기를 무시하듯 해석한 부분들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권위 있고 인정받는 피부과 교과서의, 그것도 현재 가장 최신판에서 '여드름 짜기'에 대한 내용을 고작 이렇게만 다루고 있다는 것은, 현재 여드름을 바라보는 첨단 의학이 '여드름 짜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실제 무시, 천시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위에 적은 나의 해석은 과장이 아니라 그 행간의 속마음을 읽어낸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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