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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호 Jul 25. 2023

트라우마는 어떻게 인간을 파괴하는가

한강 <소년이 온다> 리뷰

심심하면 교보문고에 들르는 습관이 있다. 신간 목록을 살펴보고, 베스트셀러도 뒤적거리고, 사람들은 주로 무슨 책을 읽나, 관찰하면서 서점을 누비는 게 퍽이나 재밌다.


<소년이 온다>는 그렇게 서점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구매한 책이다. 이유는 단지 표지가 예뻐서


나는 이 책을 지난해 인턴을 할 때 주로 출퇴근 전철에서 읽었는데, 책을 펼치는 순간 이야기에 바로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다. 사람으로 가득 찬 콩나물시루 같은 전철 내부의 불쾌함도 어느새 느껴지지 않고, 책에만 몰입한 채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니, 어떻게 안 읽을 수 있었겠는가.


어쨌든, 내가 <소년이 온다>에 느낀 감정은 그렇다. 표지가 예쁘고, 나의 지긋지긋한 출퇴근길 단짝친구.


하지만 이야기를 읽을수록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침대에 결박된 채 무언가 나를 밑으로 자꾸만 끌어내리는 기분이었다. 발버둥 칠수록 한없이 침잠하는 진흙 속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숨이 막히고 머리는 지끈거려 나도 모르게 왈칵왈칵 눈물을 쏟았다.


이 책은 어떤 트라우마가 사람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한 인간의 욕망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는가를.


한강 작가 특유의 필체가 두드러지는 책, 나도 모르게 눈물을 왈칵 쏟고 싶을 때 꺼내 들게 되는 책이다. 오월에 읽어도 좋지만, 후덥지근한 여름에 읽어도 좋고 추운 겨울에 읽어도 나름 좋은 책이다. 언제 읽어도 기분 좋은 책, 이런 책이 잘 쓴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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