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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g Jul 22. 2024

슬픔 뒤 찾아온 감사

3년 전 난 세상 가장 슬픈 일을 겪었다.

아버지께서 85세의 일기로 하늘나라로 가셨기 때문이다.

며칠 전 아버지의 3주기를 온 가족이 모여 잘 모셨다.


아직도 아버지를 생각하면 눈물이 핑돌며 가슴 한편이 아리지만 아버지가 생전 너무 고통받으시지 않고 병원에 계시던 3개월 동안 돌아가며 간병하던 딸들과 좋은 시간 보내시고 마지막까지 깔끔하시고 정갈하셨던 평상시 그 모습, 예쁜 모습으로  하늘나라에 가신 것에 감사하며 슬픈 마음을 달래 본다.


어린 시절 우리 4남매는 아버지가 너무 무서워 아버지와 부딪치지 않기 위해 피해 다닐 정도였다

그런 아버지가 나이가 드시면서 그렇게 가정적이고  사랑이 많으시고 귀여우시기까지 하셨다.

어려서는 아버지와 대화조차 하기 싫어했고 아버지가 들어오시기 전엔 하하 호호 4남매가 거실에 모여 떠들다 아버지가 들어오시는 초인종 벨이 울리면 다녀오셨냐고 인사만 하고 얼른 방으로 피하기가 다반사였다.


그런 아버지가 나이가 드시면서 수다쟁이 할아버지가 되셨고 손주들에게는 사랑이 넘치는 할아버지가 되셨다. 지금 우리 딸들은 옛날 우리가 무서워했던 아버지의 얘기를 해주면 할아버지가 그랬을 리가 없다며 믿을 수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폐기종이란 병으로 오랫동안 고생하시고 말년엔 휴대용 산소통을 들고 다니셨던 우리 아버지.

그럼에도 관리를 잘하셔서 우리의 걱정보다 잘 지내시다 85세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병원에 계시는 동안 주말마다 아버지 간병을 하러 서울에서 강릉을 왕복했다. 3개월을 왕복하면서 그 당시엔 힘이 들었지만 주말마다 1박 2일간 아버지와 오롯이 둘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4남매를 키우시던 옛날이야기도 듣게 되었고 어려웠던 시절 아버지의 고민, 그리고 회한등 아버지의 인생 얘기도 들었다 그렇게 아버지와의 시간을  좀 더 일찍 같이 보낼 수 있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나중에 또 후회하지 않게  엄마에겐 평상시에 시간도 같이 보내고 얘기도 많이 듣겠다 다짐해 본다.

아버지가 노년에는 숨쉬기 힘드셔서 좋아하던 여행도 못하셨는데 하늘에선 훨훨 가고 싶으신 곳 마음대로 다니실 거라 믿는다.


아버지와의 병상 데이트였지만 그런 시간이 있었음에 감사하며 아버지의 수고로움에 감사와 존경을 드리며 하늘나라에서 평화롭고 자유로우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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