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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새 Mar 15. 2024

달래무침

스무 번째 끼니 - 3

<한 끼의 이야기> 콘텐츠를 준비하면서 나물 요리를 몇 번 한 적이 있었다. 봄동 무침, 부추겉절이, 취나물, 시금치에 달래 무침까지 만들었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기 위해 제철 나물을 찾아 먹게 되었고, 채소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씩 낮아지게 되었다. 집밥 실력이 늘면서 요리에 자신감이 붙긴 했지만, 고춧가루가 들어간 나물 반찬은 왠지 모르게 먹기 힘들었다. 간장과 참기름을 무쳐 만드는 나물 반찬은 맛이 금방 나니까 먹을만한데, 고춧가루 반찬은 그러지 않아서 힘들었다. 


이번 회차 콘텐츠를 위해 달래 나물을 고춧가루로 무쳤다. 촬영을 끝내고 처음 먹을 때에는 고춧가루 풋내가 나서 먹기 힘들었다. 마트에서 산 신선한 달래로 밑반찬을 만들었는데, 봄의 향기 대신 고춧가루 풋내가 펄펄 나니 헛웃음이 나왔다. 부추겉절이를 먹었을 때도 맛이 크게 변하지 않아서 그냥 버릴까 생각했는데, 냉장고에 자리도 남으니 한동안 가만히 두었다. 1주일까지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버릴까 생각했는데, 2주가 지나 먹을만해졌고, 만든 지 3주 만에 달래 무침을 다 먹을 수 있었다. 김치가 익어야 맛이 숙성되듯이, 달래가 숨이 죽어야 맛이 살아나는 같았다. 


참기름과 간장으로 비빈 나물은 강한 향과 맛 덕분에 쉽고 빠르게 맛을 낼 수 있다. 오래 보존하긴 어렵지만, 부드러우므로 때문에 요리 초보도 따라할 수 있는 밑반찬이다. 하지만 고춧가루에 무친 나물은 특유의 풋내 때문에 맛을 내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 맵고 짠 양념과 채소가 한데 어우러지려면 채소의 숨이 죽어야 하기 때문이다. 


둥글둥글하지 않고 특색이 강한 나는 참기름 나물보다 고춧가루 나물에 더 가깝다. 지금은 나물의 숨이 죽는 시간이라 힘들고 어렵지만, 고춧가루와 양념이 완전히 스며들면 오래오래 갈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의 필요에 맞추어 나의 특색을 드러낼 수 있다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겠지. 


김치 같은 나물이라니, 하하.\


스무 번째 끼니 - 닭갈비, 순두부찌개, 달걀찜, 달래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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