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학교를 나오고 첫 스승의 날이었다. 벌써 몇 해 전부터, 스승의 날은 범죄 예방의 날처럼 스승을 감시하는 날이 되어버렸다. 급기야 뭔가 서로 선물을 주고받을까 봐.. 학생도 선생도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날이 되기도 한다. 대다수 교육계는 이 날에 서로 감사를 주고받는 날이었다. 학생은 선생에게 평소 쑥스러웠던 감사 인사를 단체로 할 수 있는 날이었고 선생은 학생들의 카네이션과 떼 합창에 스승으로서의 마음을 가다듬고 새롭게 다짐을 하는 날이었다. 나도 그날은 왠지 아이들의 눈빛이 너무 오글 그리고 내가 감사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자문이 들어서 피하고 싶었던 날이기도 했다.
그러나, 몇 군데의 부조리한 상황들이 전 교육계의 풍습을 바꾸어버렸다. 일부 촌지의 주고받음이 스승의 날을 없애고 숨긴다고 없어지는 것인지 묻고 싶다. 대학에서는 교수에게 커피 한 잔도 주면 안 된다는 룰이 적용되었다. 처음엔 이런 상황들을 그냥 웃어넘겼는데, 해가 거듭되면서 억지로라도 감사를 서로 표현하는 것과 의심의 틀로서 서로 쳐다보는 것이 얼마나 다른 것인지를 느끼게 되었다.
어제 졸업생이 보내온 커피 쿠폰을 보면서 기억해줘서 고맙고 살짝 긴장하며 풋 웃었다. ㅎㅎ 학교에 있었으면 돌려주고 신고해야 하는 내용이었다. 학점을 거래하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되는 것이다. 교수들은 그런 현실에 웃음밖에 나지 않았다. 중등학교에 근무하는 친구는 스승의 날은 차라리 학교도 오지 말라고 하니까 너무 좋다고 했다. 애들은 어차피 감사를 모른다고.. 했다.
감사하는 마음은 교육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아닌 첫 감사의 대상은 선생님이고 아이들은 감사를 배우며 자라는 것이 스스로 사회에서 성장해 나갈 때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긴 시간 교육에 종사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감사의 마음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크게 성장한다는 것이다. 감사의 마음은 긍정적인 철학을 갖게 하고 당연히 주체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학생이 된다. 매 년 졸업생을 내보내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 학생들이 얼마나 성장하는지를 확인해왔다. 입학생들에게 늘 강조한 얘기가 있다. 각 학생들의 잠재력은 사실 어마어마하다고. 우리가 감히 다 가늠하기 힘들고 어떤 개발에 의하여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다고. 그리고 그 기본은 감사의 마음과 긍정적 사고라고.
나는 운이 좋아서.. 감사를 잘하는 오랜 제자가 몇 있다. 벌써 20회를 넘기며 매 해 스승의 날엔 여러 버전의 카네이션을 보내온다. 학교 초창기, 나는 학생들을 엄청 다그치는 교수였다. 소위 FM 스타일이어서 내 욕심도 많았고 학생들이 내가 요구하는 수준에 못 따라오면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대다수 학생들이 아주 곤혹스러워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도 감사의 마음을 갖는 학생은 있었고... 그 학생들은 참 좋은 사회 구성원으로 좋은 영향을 끼치며 성장했다.
그 졸업생들의 감사 덕분에 나는 늘 학생들에 대한 태도를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매 년 스승의 날에는 내가 그들의 후배를 열심히 가르치고 있어서 감사하다고... 사랑으로 대하느라 힘드시냐고 안부를 물어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