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제주도 민가(하가리 소재)
매주 수요일 아침에는 웬만하면 조조 영화를 보러 간다. 감사하게도, 집 근처에 영화의 전당이 있어서 다양한 장르, 나라와 시대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꿈같은 호사를 누리고 있다. 입장료도 평소엔 5000원이고,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의 날이라 4000원으로 즐길 수 있다. 특히,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여서 세상 전원을 끄고 영화에 몰입하기에 최상의 환경이다.
최근에는 여성 영화가 계속 배치되었다.???, 사랑 후 두 여자, Herself.. 세 편인데, 그나마 첫 번째는 제목이 생각나지 않지만... 영화들이 자꾸 연결되어 생각에 잠기게 된다. 첫 영화는 1960년대 프랑스에서 작가를 꿈꾸는 한 여대생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면서 낙태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당시의 순종적, 관습적 주부가 아닌 주도적 미래를 꿈꾸는 한 여대생이 순결이 강요되고 낙태가 불법인 사회에서 자기 결정권을 주도하며 나아가는 과정이 처절하기까지 하였다. 한 사회가 택한 선과 악, 옳고 그름의 가치를 떠나서 인류의 1/2에 해당하는 인간(여성)이 최근까지도 종속적인 관계 설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많은 것을 강요받고, 사회 문제를 스스로 책임져야 했던 것이 안타까웠다.
두 번째 영화는 영국 영화인데, 무역선 선장인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한 아내가 그의 사랑과 가정적인 헌신에 깊이 애달파하는 와중에 남편 지갑 속에서 다른 여성의 사진을 발견하면서 전개된다. 영국인 아내는 그녀를 찾아 먼 길을 나섰고, 그 만남의 과정이 극도의 호기심과 배신에 대한 분노와 또 다른 피해자에 대한 연민으로 이어지며... 두 여자가 서로 동병상련하는 동화가 이루어진다.
세 번째 영화는 가정 폭력의 희생자인 한 여성이 경제력이 없는 상태에서 두 딸을 양육하면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집을 세도 얻을 수가 없어서 스스로 짓는 방법을 택하고, 이웃과 함께 이루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무일푼의 한 여성이 스스로 집을 짓는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 수 있지만, 엄마로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때는 주저할 수 없는 선택이며 기적은 그런 곳에서 일어남을 보여준다.
세 영화에서 세 여자는 스스로(Herself) 해결하려는 용기를 내고 모든 걸 무릅쓰고 뛰어든다. 그리고 어찌 되었건 약자의 문제가 해결이 된다. 그런데 우리 삶은 꼭 그렇지는 않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약자이다... 어떤 일이나 장면에서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난폭한 정치를 피해서 산으로 올라가지만 그곳에도 또 다른 적은 있기 마련이다. 며칠 동안 맘을 조금 앓았다. 살아가는 동안 마음을 안 다칠 수 없겠지만 다른 이를 안 다치게 조심하는 수고는 더 해야겠다고... 또 생각한다.
* 사진: 우리의 산 능선을 닮은 초가지붕선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