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네건축가 Jun 17. 2022

요즘 젊은 사람들!

김창준의 문화재 이야기

  나는 거품족이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한 91년도에는 신문에서 종종 우리를  '거품족'이라며 비아냥거리는 글이 실리곤 했다. 대학 재학 기간은 우리나라에서 민주화 항쟁의 막바지였으니 수업은 안 하고(?) 데모를 열심히 하다가 졸업하고 전문지식은 모자라는데 말만 잘한다는 것이다. '거품'이라는 표현이 좀 나쁘게 되었어도 일정 부분은 맞는 말이긴 했다. 사정이야 어찌 되었건 수업을 많이 못 받고 개인적 실력도 쌓지 못했는데, 경제는 역대급 호황이어서 일선에 나가자마자 중요 일을 떠맡게 되는 일이 많았다. 당연히 모르는 것이 많고 실수도 이어졌지만 다들 되는대로 실력을 메우면서 열심히 살아왔던 것 같다. 


  우리 기성세대들이 자주 '요즘 아이들', '요즘 젊은 사람들'을 걱정하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삶에 대한 철학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그때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추구하던 것과 지금 젊은 사람들이 목표로 삼는 것은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자세히 들어보면 대체로 그들에게 꿈이 없다는 것이다. 똑똑한 놈이 큰 꿈을 꾸지 않고 공무원처럼 안정된 직장만 추구하고, 뭘 할 만한 애들은 대충 즐기며 적당히 살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라떼는 거의 누구나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졌고 지금은 안 그런 척 많이 좁혀졌다. 크게는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고 사시를 폐지하고 의학전문대학원제를 실시하는 등... 양의 탈을 쓴 늑대의 제도가 확대되고, 대기업이 편의성을 미끼로 모든 상권을 장악해 나가고 골목상권에서 소기업들까지 부속화시켜나간다. 그리고 그렇게 축적된 부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경제적 계급을 고착화시켜간다. 그래서 경제 강자가 부리는 노동은 단지 소모품이 되어간다. 그 누구도 노동의 안정된 기간과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 방어기제로 현실 외면 현상처럼 삶의 패턴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척박한 외부 환경에 맞서 최선을 다해 자라는 초록들

  그래도. 내가 요즘 보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참 열심히 산다. 대학 재학 시절 열심히 학점 관리하고 스펙 쌓는 것은 물론, 대학을 졸업하고도 여러 가지 공부를 하면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길게 고민한다. 취업을 하고 나면 경제공부를 한다. 자산관리를 잘해서 자신의 수입을 최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일을 할 때에도 자신이 취약한 부분은 공부한다. 과거보다 정보를 접하기도 편리하고 어려서부터 공부라는 체계에 익숙한 환경의 영향도 있지만 나는 무엇보다 그들에게 목표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몇 년째, 문화재 관련 자문을 하면서 만나는 젊은 공무원들이 있다. 공통의 시험을 치르고 뽑힌 공무원의 특성상 그들의 전공은 인문, 어문, 고고학, 건축.. 등으로 다양하다. 대부분이 자신의 전공과는 무관한 일을 관리하는 형편이다. 이럴 때 생소한 분야에 발령을 받은 공무원이 취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전문 내용도 어렵고 해당 부서에 오래 있을 지도 알 수 없으니까... 대행적인 업무처리 위주로 일을 하는 것과 업무의 흐름이 왜 그렇게 처리되는 것인지... 좋은 결정을 위한 조사나 연구를 포함한 일을 해내는 것이다. 요즘 후자를 만나고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그들의 성향에 의해 전문분야의 공무원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낀다. 


  고마워서, 그들에게 책 한 권을 건넸다, '김창준의 문화재 이야기'... 문화재 관련 공무원을 오래 하시고 정년 퇴임한 분의 구술서 같은 내용이다. 문화재 관련 공무를 맡아서 겪게 되는 희로애락이 담긴 책이기도 하고 보람과 사명감, 철학이 스며있어서 문화재 공무원인 그들에게 위로가 될 듯하다. 문화재 한 분야에서 우직하게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해 온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그의 여정 속에 우리나라 문화재 보존의 역사가 녹아들고 작은 사건, 순간순간이 지니는 의미들에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감사와 존경의 감동은 덤이다. 


  내가 사회생활에서 만났던 성공한 수많은 어른들(?)도 모두가 훌륭하고 아름답기까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우리나 그 앞의 세대의 성공을 절대 폄하할 생각은 없다. 처음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의 노고와 많은 것을 건 모험 정신은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리고 다음 세대의 시각과 노력을 이 세대의 객관적 잣대로 지켜보고 기다려 줄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가 '어쩌다 성공'했다면 요즘 젊은 사람들은 '계획적 성공'을 이룰 것이라 믿어본다. 우리가 투쟁했던 민주화만큼 이들이 바라는 '경제 민주화', '성공 민주화'도 이루어지길 절실히 바란다. 


  우리도 '거품족'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