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네건축가 Jul 05. 2022

그대 작은 화분에 비가 내리네

어쩌다 잃어버린 친구에게...

  장마철이면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랑 자주 만나던 때는 비가 그렇게 자주 왔었다. 비가 오면 우리는 스르르 일어나서 캠퍼스를 처벅처벅 걸어 다녔다. 우산이 있든 없든... 크게 문제 될 게 없었다. 우산이 있으면 빗소리를 다원적으로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우산이 없으면 흠뻑 젖어서 더 걱정할 게 없어서 더 좋았다. 남들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비를 맞는 그 자체에 빠져서 다른 아무것도 관심도 신경도 없었던 것 같다. 


  그날도 비가 왔고 집을 봐야 된다는 그 친구는 집으로 나를 불렀고, 아주 신난 손짓과 기쁜 눈빛으로 나에게 카세트 테이프를 틀어주었다. '그대 작은 화분에 비가 내리네'... 배따라기 노래였다. 우울한 마음을 깊숙이 달래주던 그 곡이 끝나고 한번 더 들을까... 생각 중에 다시 '그대 작은 화분에 비가 내리네'가 흘렀다. 의아해하면서 듣고 있으니까.. 다시 또 흘렀고 계속 노래비가 내리고 내렸다. 

  ' 워우워우워우......  '

  친구는 그 노래가 좋다고 한 나를 위해 밤새 앞 뒤 빽빽이 그 곡을 녹음한 것이다. 그리고 선물이라며 테이프 앞뒤에 멋진 글씨로 메모를 남겨서 건넸다. 그 친구의 글씨는 참 멋있었다. 그 당시 내 글씨체는 거의 인쇄체에 가까운 정자체였는데 그 친구의 영향을 받아서 지금은 많이 변했다. 


카세트 테이프

  어쩌다, 우리는 각자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그 친구는 자유로워지길 바라며 지리학에 관심이 많아져서 경북대로 다시 진학하였고, 나는 낯선 건축으로 전공을 바꾸면서 서로 연락이 어려워지다가 끊긴 것 같다. 휴대 전화기가 없었던 시절이어서 연고가 바뀌면 연락이 끊기는 일이 많았다. 그래도, 내게는 그 카세트 테이프가 오랫동안 곁에 있었는데... 그것도 여러 번의 이사로 이제 보이지 않는다. 그 친구와는 헤어질 때처럼 처음 어떻게 친해졌는지 시작에 대한 기억도 없다. 그렇지만... 20살, 그 깊은 방황기에 우리는 말없이 같이 있었고... 말없어도 큰 응원이 되어준 고마운 인연이다. 


늦었을까... 이제야 그 친구를 찾아보는 것이.

오늘 밤, 그녀는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하며 나타날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