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네건축가 Nov 21. 2022

함께... 하겠습니다

그 길에 -

  한 달 가까이 멍한 상태로 망설임 같은 것이 있었다. 아예 잊어지지도 않고 나서기도 애매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인의 힘든 암투병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림을 좋아하는 나는 인테리어 마감이나 건축물의 각종 행사 선물로 그림을 선물하는 일이 잦아서 액자가게를 자주 간다. 지난 10월 초순에 오피스 건축물 입주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20년 전 가량부터 거래하던 액자 가게 사장님이 며칠째 전화 연락이 안 되었다. 할 수 없이 다른 곳에 그림을 맡기고, 우연히 만난 다른 지인에게 사장님께 연락이 안 되더라고 했더니 암투병 중이라고 하였다. 너무 늦게 알게 되어서 수술에 앞서 우선 항암과 면역 치료 중이라고 했다.


  나도 5년가량 제 몸을 돌보느라 연락할 일이 없었던 상황이어서 사장님께 다른 변화가 생겼나 보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병세로 쇠약해진 이야기를 전해 들으니까 맘이 복잡해졌다. 사장님은 액자에 진심이신 분이다. 각 그림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액자 만드는 일에 온 마음을 다하셨다. 한 번은 약속하신 날짜를 두 번이나 어겨서 나는 살짝 화가 나 있었는데, 땀을 흘리면서 가져오신 결과물에 놀랐다. 지난밤까지 직접 액자를 조각을 해봤다며 '솜씨가 옛날 같지 않다'며 씨익 멋쩍은 미소를 보였는데 만족감을 담은 미안함이었다.  공장 제작으로 나오는 액자들로는 표현이 잘 안 된다고 느껴서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옛날처럼 만들어 보았다는 것이다. 터프한 쇠 정의 흔적이 보이는 장인 정신이 깃든 특별한 액자였다. 

  사장님께서는 이익이 안 되는 그림의 새단장이나 재배치 때에도 끝까지 액자에서 눈을 떼지 않고 열심인 모습이었기에 누구에게나 신뢰감과 존경심을 갖게 하는 고마우신 분이다.




  그런데, 사장님의 개인 사정을 들은 나는 어떻게 할까... 고민이 되었다. 내가 연락을 취하는 것이 사장님께 부담스럽거나 생뚱맞게 느껴지면 어쩌나. 비록 일이지만, 20년 이상이나 다양한 부탁과 거래를 하던 사람들이 이런 일에는 모르는 척하는 것이 맞는가. 나라면 누구의 연락까지를 허용할 수 있을까. 나아가 나의 인적 네트워크는 무엇으로 나누고 이루어져 있는가... 


  나는 사장님께 문자를 보냈다. 인사말과 함께 사장님께서 우리에게 그러셨던 것처럼 도울 일이 있으면 함께 하겠다고... 




  사장님은 기쁘고 즐거운 답을 하셨다. 잘 치료해서 예전처럼 즐겁게 일하겠다고... 아프니! 작업이 어찌나 신명 나는지 이유는 모르지만.


  그래서, 감사히 더 기도합니다. 제가... 함께 하겠습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