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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건쌤 김엄마 Jun 13. 2022

출근길, 자꾸 뒤돌아보며 머뭇거리던 중년의 아저씨

투명한 눈망울로 애절하게 따라오던 그 야옹이

아저씨가 자꾸만 머뭇머뭇거린다.

잃어버린 물건이 있는 것처럼 주변을 살피기도 하고, 서성 서성이다가 결국 발걸음을 멈추고 오던 길일 다시 뒤돌아 걸어간다.

주차한 차 안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왠지 문 소리 내기도 조심스러워 선뜻 내리지를 못했다.


저 멀리 나직이 미야오옹 소리가 들린다.

고양이를 보면 털이 쭈뼛 서는 나로서는 더더욱 몸을 움츠리고는 차 안에 잠시 더 머물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월요일 아침 교통 상태를 걱정하며 출근길을 서둘렀더니, 10분이나 일찍 도착한 덕분에 차에 몸을 뉘이고 창 밖을 볼 여유가 있었다.


사람도 동물도 자기가 아는 대상을 대하는 태도가 모르는 대상을 대할 때와 차이가 나는 건 똑같은 것 같다. 무관심한 타인이 지나갈 땐 의미로운 눈길조차 건네지 않는다. 조금 특이하고 이상한 사람이 지나가면 무심결에 눈꼬리를 가늘고 길게 하여 안 보는척하며 더 눈여겨보기도 하는데, 자기 자신만 모를 뿐 마스크 너머 그 눈초리를 누구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가 아는 사람을 보았나 보다.

꼬리를 세워 강아지처럼 반응을 한다. 올렸다 내렸다 하며, 경계하는 것과는 딴판이다.

30초쯤 지날 무렵 아까 그 아저씨가 다시 나타난다.

편안한 여름 지지미 반소매 남방에 평범한 백팩을 멘, 대충 보아도 환갑은 된 듯한 그 아저씨는 고양이를 보며 가다 서다 가다 서다 하더니 결국에는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어 의자 밑에 내려놓는다.




미야오오옹 미야오옹

재개발이 확정되어 대부분의 가구가 이주를 마쳤고 이 골목은 폐허에 가깝다.

공가 공가 공가라고 써붙여진 채 출입금지를 뜻하는 테이프들이 대문을 엑스자로 막았고, 골목 귀퉁이마다 사람들이 이사하며 버리고 간 물건만이 수북이 쌓여있다.



사람들이 사라진 이 공허한 골목길에 주인 잃고 모여든 개와 고양이들은 사람들을 경계하면서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허겁지겁 핥아먹고는 길 떠나는 아저씨를 향해 다시 야아옹 인사를 건넨다. 사람이 살지 않는 이 골목길을 지나며 출근하는 바쁜 월요일 아침에도 고양이를 위해 잠시 머물다가는 저 아저씨의 따스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피하고 무서워했던 고양이에게도 연민이 느껴졌다.

월요일 아침 길가던 낯선 중년의 아저씨에게서 따뜻함이 전해왔다.

고양이도 아저씨도 편안한 하루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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