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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글마음 Nov 30. 2021

나에 대해 아세요?

함부로 판단하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마음에 남았던 두 대사가 있었다.


"내가 어떤 일을 했고 누구를 만났고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당신이 알아요? 여기서 10분 정도 볼까 말까 있었는데 저에 대해 그렇게 잘 아세요? "


"너 하고픈 거 해"


오늘 아침 출근길, 글을 읽다가 마주친 이 영화의 한 장면.

그리고 잠시 멈췄다.

'넌 지금, 너 하고 싶은 거 하며 살고 있니?'


가슴이 다시 먹먹해졌다.


 몇 년 전 일이다. 내가 나를 놓아버리고 남들이 내게 어울리는 감투를 씌워 놓은 곳으로 그렇게 꼭두각시놀이를 하면서 살던 때 이 영화를 혼자 보러 갔었다. 평일 낮시간이었기에 사람도 별로 없었고, 주부들이 많았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 평가를 봤을 땐 많은 사람들이 기혼 여성들이 공감하고, 많이 울다 나온다고 휴지를 준비하라던 정보를 보고 들어갔다. 나는 미혼 여성이었지만 휴지가 제대로 필요할 것 같아 한 통을 들고 들어갔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가슴이 먹먹했고 답답했고 정신이 나갔었다. 그리고 펑펑 우는 나를 마주하고 나오는 길에 깨달았다.

 많은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열심히만 살았지 나를 챙기지 못한 결과 저 주인공이나 나나 둘 다 병들었구나.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을 챙기면서 사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오늘, 나는 또 다른 곳에서 나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많은 생각과 결심으로 많은 것을 가지치기하였고 아직도 나를 찾아가는 중이다. 그러나, 다시 마주한 그날의 나와 얼마나 달라졌을까?


다시 한번 내게 토닥이며 말한다.

'너 하고 싶은 거 해' 눈치 보지 말고....

비 오는 아침에 음악이 그 장면과 함께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내년엔 이보다 더 나아질 수 있게...


내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그 말을 들어 용기내었던 그날을 떠올리며

오늘도 나는 더 나은 나를 위해 용기를 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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