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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를 따지세요?

나에 대해 얼마나 아시는지

by Jericho Mar 24. 2025

 집단상담을 하는 날이었다. 20년 전에도 집단상담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반 강제적이었던 탓에 불쾌한 경험을 하고 다시는 집단 상담에 참여하지 않겠다 다짐했었다. 그리고 불가항력적으로 다시 참여하게 된 집단상담의 경험은 20년 전의 그날과 다를 바가 없었다. 상담이 끝나고 나서 나는 매우 불쾌했다. 그 불쾌함이 하루 종일 내 마음을 오르락내리락한다. 


 잠시 눈을 감고 그 감정에 머물러 보았다. '나는 지금 왜 이렇게 불쾌한 것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상대방에게 기대가 없었지만, 그 상대방은 나에게 기대를 가질 것을 요구했고, 없던 기대 속에서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상대에게 경계가 느슨해지고 기대가 조금 생겼을 즈음 그 상대방은 내게 기다렸다는 듯 그 기대를 부숴버리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사람의 심리는 참 간사하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심리적으로 자신보다 약자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 무의식은 사람의 본능 속에 오랫동안 축적되어 온 자연적인 경험의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강자인지 약자인지 판단은 동물적 감각으로 무의식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자신이 무한 반복적으로 당해온 경험치들의 유사 데이터를 수집해 빠르게 자신의 위치를 분석하는 것이 생존본능이란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무의식만 잘 분석해도 그 사람의 수준과 살아온 역사를 대충 알 수 있게 된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 상담에 참여했던 상대방에 대해 알아차렸다. 그래서 더 경계심을 가지고 상대를 대했던 것이고, 그것을 그 상대방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기에 나의 경계심을 풀기 위한 행동을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기분이 나빴다는 것은  상대도 알았을까? 


 옛말에 '때린 놈은 두 다리 뻗고 잠을 자도 맞은 놈은 잠을 설친다'는 말이 있다. 그 상대는 자신이 때린 줄도 모를 확률이 높다. 상대방은 자신이 한 행동이 그저 무의식에 따른 그저 평범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유도 모르는 상대방에게 기분이 나쁘다고 따질 수 있을까? 


 자신의 행동이 오랫동안 습관처럼 무의식에 의해 행동한 경우, 불쾌함을 표출하는 상대방에 의해 사과하는 사람은 10명 중 1명도 없을 수 있다. 누군가는 무례한 행동에도 그냥 넘어가고, 누군가는 말을 했을 것이나 그 말을 듣는다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수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무례하게 행동했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따져 묻기보다 혹은 사과를 요구하기보다 그 사람의 행동이 어떻게 비치는지를 알게 해주는 것이 무례함을 다시 나에게 범하지 않게 하는 정도의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적반하장으로 '방귀 뀐 놈이 성을 내는 경우'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때는 참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참 교육이란, 당신의 무례함이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무례함을 넘어 불편을 겪게 하는 그것을 고쳐야 하는 당위성을 깨닫게 만드는 행동으로 정의하면 좋을 것 같다. 


보통, 적반하장으로 일관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 성찰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많다. 특히, 자존감이 낮거나 방어적인 심리기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적반하장 또는 예의(매너)를 내세우는 경향이 많다. 따지고 보면,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심리적 우위에 있다고 내세우고 싶어 하는 심리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럴 때는 '나에 대해 당신이 얼마나 아세요?'라고 생각하면 연민의 대상으로 보일 것이다. 


일일이 따지고 드는 사람, 적반하장으로 무례하게 파고드는 사람들은 그저 연민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면 화가 날 일이 줄어든다. 그런 사람들을 대처하기엔 너무 소모적인 부류이다. 솔직히 자기 성찰능력이 부족하면 남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 사람이므로 걸러야 할 사람으로 봐야 속이 편하다. 


사람은 고쳐서 쓸 수가 없다. 그저 결이 안 맞으면 거르고 거리두면 나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세상에 얼마나 신경 쓰고 살 일이 많은데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 하나 때문에 내 감정을 소비하는가?

만약, 이런 부류의 사람을 만났다면 '아 불쌍한 사람 또 있구나'를 속으로 외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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