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책 만들기 수업
독립 출판으로 나만의 책 만들기 수업에 참여한다.
인생 숙제하며 쓴 글을 3년 전에 출판했다. 삶의 징검다리였다. 첫 책 출판 이후 3년 동안 꾸준히 글을 쓴다. 이제 인생 숙제라는 짐을 내려놓고 일상으로서의 글쓰기 과정에 있다. 책 만들기를 기웃거리는 이유는 글쓰기의 동력을 잃지 않고 싶어서다.
물질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이라 눈앞에 보이는 것, 만져지는 것이 필요하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방향성을 잃지 않으려고 책 만들기를 시도한다. 1인 출판 방법까지 수업 내용에 포함되어 있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징검다리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책 만들기 첫 수업에서 다양한 형태의 독립 출판물을 살핀다. 시간상 일일이 내용물을 살필 수 없지만, 강사의 소개를 들으며 참 다양한 형태의 책이 나온다는 것을 깨닫는다. 편지봉투에 넣어진 책도 있고, 한 장으로 이루어진 책도 있고, 여행지의 지도 같은 구성도 있고, 갓난아기 손바닥 크기로 만들어진 책도 있다. 내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책의 판형과 구조와는 전혀 다른 모양에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열두 명의 참여자가 자신이 만들고 싶은 책에 대해 발표한다. 시, 에세이, 소설뿐만 아니라 그림을 책으로 만들려는 사람도 있고, 컴퓨터를 활용해서 만든 이미지로 책을 내려는 사람도 있다.
책 만드는 과정을 전체적으로 설명 듣는다.
에세이, 그림책, 시 등 어떤 책을 만들 것인지 구상하는 장르 정하기부터 시작이다. 장르를 정했으면 판형을 결정해야 한다. 비슷한 장르의 다른 책들을 찾아보며 나의 책에 적절한 판형을 선택해야 한다.
판형을 정하기 위해 원하는 책 크기를 자로 잴 수도 있지만 온라인 서점에서 검색하면 판형이 기록되어 있으니 확인하면 된다. 규격 판형을 선택하면 국전지와 사륙전지에 버려지는 종이 없이 들어가는 판형이라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다. 규격 판형 외로 선택하면 버려지는 종이까지 감당해야 하므로 제작비가 올라간다.
인쇄용 파일을 만들 때는 컬러 상태가 CMYK인지 확인해야 한다. RGB는 컴퓨터에서 나오는 빛으로 인해 선명하게 색이 보이지만, 실제 인쇄된 책에서는 빛이 나오지 않아서 CMYK로 변환 후 컬러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이미지 해상도를 300dpi 이상으로 설정해야 깨지지 않은 사진을 인쇄할 수 있다.
책에 수록될 사진과 그림을 인쇄용 이미지로 변환 후 정리하고 내지 디자인 구상 및 조판한다. 본문 디자인 구상하며 다양한 레이아웃 조정과 글 앉힌다. 이때 표지 디자인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함께 구상하는 것이 좋다. 표지 디자인은 책의 내용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요소들을 종합하여 구상하는 것이 좋다.
본문 디자인을 위해 안쪽 여백이 넉넉해야 하는 이유라든지 소제목 위치, 본문 서체, 들여쓰기, 행간, 페이지 번호 위치 등에 대한 설명도 듣는다. 편집할 때 여백, 페이지 가장자리, 도련, 슬러그 등의 용어가 쓰인다.
내지 본문 조판 이후에는 국전지와 사륙전지 종이에 종이를 고르게 배열하기 위해 전체 페이지 수가 4의 배수로 나뉘어 떨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내지와 표지 종이 고를 때는 종이 샘플을 만져보고 원하는 종이를 선택해야 한다. 코팅지에 러프글로스지, 아트지가 있고, 비코팅 지에 MFC, 백상지, 하이벌크지가 있다. 무광택이거나 광택이 있는 종이 혹은 광택이 약간 있는 종이로 구별되고 그 안에 세부적으로 여러 종이로 또 나뉜다. (이 부분에 익숙해지려면 시간과 경험이 필요해 보인다.)
제본 형태도 무선제본, 중철제본, 양장제본, 누드사철제본으로 나뉜다. 무선제본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형태로 낱장으로 인쇄된 종이를 풀칠하여 붙인다. 중철제본은 접힌 종이 가운데에 스테이플러를 사용하는 방법인데 페이지 수가 많으면 만들 수 없다. 양장제본은 하드커버 제본이라고도 하는데 제작 과정이 많고 비용도 비싸다. 누드사철제본은 예술제본이라고도 부르는데 180도 내지가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인쇄 방법은 디지털 인쇄와 오프셋 인쇄가 있다. 디지털 인쇄는 1권도 인쇄 가능하고 작업 완료 속도도 빠르지만, 종이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제작 단가가 비싸다. 오프셋 인쇄는 도장처럼 종이와 잉크만 있으면 계속 찍어낼 수 있어서 많이 만들수록 단가가 낮아진다.
책에 어울리는 종이를 고르고 표지는 유광, 무광 코팅도 확인한다. 견적 내기에서 기본적인 책의 인쇄 사항이 결정된 이후 후가공 등도 결정해야 하고 출간 일정에 맞춰 포장재도 준비해야 한다. 책과 어울리는 굿즈를 선택해서 제작할 수도 있다.
휘몰아치듯 넘어가는 강사의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내 머릿속에 얼마나 자리를 잡는지 모르는데 다음 주까지 공통 과제를 준다. 첫째 책의 장르와 제목 정하기, 둘째 책의 판형 정하기, 셋째 목차 정리하기, 넷째 책에 들어갈 글 3편 써오기 혹은 가지고 있는 원고를 드라이브에 올리기, 다섯째 책에 들어갈 사진이나 그림 5장 골라서 드라이브에 저장하기. 그리고 책을 만들기 위해 어도비사의 포토샵과 인디자인 설치하기이다.
매주 과제 파일 올리는 방법을 안내받고, 어도비사의 포토샵과 인디자인 설치하는 방법도 설명을 듣는다. 사이버대학 재학 중이어도 할인 방법이 있다고 한다.
책 만들기 징검다리를 내 앞에 놓을 수 있을지 겁난다. 어떤 형태의 책을 만들어야 할지 안개가 자욱하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살피면서 이번에 내가 만들고 싶은 판형이 어떤 형태일지 구상한다. 크기가 비슷해도 표지와 내지 구성이 다르다. 책의 페이지에 따라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제목은 무엇으로 하면 좋을지 생각이 꼬리를 문다.
장르를 에세이로 설정하고 18편의 글을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한다. 글의 수가 많지 않으니 판형을 손에 잡기 편안한 크기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책 몇 권을 참고용으로 선택한다.
7월, 책상에 오래 앉아 책 만들기 작업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