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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척척박사 Lee Jan 10. 2023

내가 개발자였다면... poll everywhere_2

미국박사과정 학생의 짧은 생각

지난 글에 이어 350명이 넘는 대규모 강의에서 사용된 설문조사 플랫폼 Poll Everywhere(폴에브리웨어) 두번째 편을 들고 왔다. 지난 글이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doc-thoughts/1) 요기에 있으니, 플랫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여기서 읽기를!


Instructor에서 사용해봤을 뿐, 개인적인 사용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이번에 이미지를 찾으려고 Poll Everywhere 검색을 하다가 30명 이상의 설문을 할 때에는 유료화 됨을 알았다.


어쩐지 300명 넘는 답변에도 시스템 오류없이 너무 잘 굴러간다 생각했다... 역시 돈의 힘.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수업 중 즐겁기도 했고, 내 답변보다 무슨 답변이 '좋아요'를 많이 받을지 궁금해하며 신나게 top 버튼을 누르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 기능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이 플랫폼의 또 다른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하고 직관적인 UX 디자인. 아주 간단하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enter a response' 칸에 적고 'submit'을 누르면 내 답변이 아래의 'New'에 뜬다. 'New'는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들어오는 답변들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그 옆에 'Top'은 올라온 답변들 중에서 엄지모양의 좋아요를 많이 받은 답변들이 올라온다. 한마디로 베댓(베스트 댓글)을 보여주는 기능이다.


대규모 강의를 할 때 이 기능은 정말 즐거운 요소 중에 하나였다. 답변을 쓸 시간을 어느정도 준 후, 교수님들은 상위답변 중 몇 가지를 읽어주며 수업을 진행한다. 재치있고 엉뚱한 답변이 좋아요 상위에 올라오면 웃음바다가 되기도 하고, 날카롭고 감탄할 답변이 상위에 올라오면 모두 '오.. 굿 아이디어..' 하면서 본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내 답변을 쓰자마자 바로 들어가서 볼 정도로 '좋아요' 기능은 이 플랫폼에 즐거움을 더해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유료로 이용하는 사람은 엄지가 아래로 내려간 '싫어요' 기능을 끌 수도 있다. (자본의 힘)


이렇게 즐거운 기능에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진짜 수업에서 사용했기 때문에 나오는 아쉬움이다. 기능적 아쉬움이라기 보단 이렇게 개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아쉬움에 더 가깝다. 어느 날 약간 무거운 주제의 수업을 하며 Poll Everywhere 가 사용되었는데, 1위에 랭크 된 답변의 '좋아요' 수가 거의 0.001초 간격으로 100, 99, 100, 99, 100, 99, 100, 99 이런식으로 바뀌는거다.


범인은 350명 중에 한 명이겠지... 누군가 좋아요 버튼을 눌렀다가, 취소 했다가, 눌렀다가, 취소 했다가 하며 수업의 집중도를 분산시켰다. 물론 그 덕에 빵터졌지만, 그 놀이가 끝을 보이지 않자 교수님들은 약간 당황해하며 수업을 진행했다. 물론 학생들도 그 다음부터는 웃지 않았다.


그렇다. 수업에서 즐거움의 요소, 예기치 못한 웃음의 요소는 중요하다. 수업의 집중도를 높여주기도 하고, 약간 지친 마음을 달래주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방해가 될 때도 있다.


내가 poll everywhere 개발자였다면... 동일한 댓글의 좋아요, 좋아요 취소, 싫어요, 싫어요 취소와 같이 동일한 버튼을 누르는 시간을 5초~10초 정도 제한을 걸어두는 것을 검토할 것이다. 혹은 동일한 댓글의 좋아요를 5회 이상 누르고 취소하기를 한다면 10초동안 변경 제한을 걸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실수로 좋아요를 눌렀다면, 조금 기다렸다가 취소할 수 있게, 반대로 실수로 싫어요를 눌렀다면, 동일하게 조금 기다렸다가 취소할 수 있게.


하루에 한 번 쯤 네이버 뉴스에 들어가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나 확인하곤 한다. 기사의 내용도 자세히 읽지만, 사람들은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려나 그런 궁금증에 베스트 댓글도 읽는 편이다. 그러다가 공감을 사는 댓글의 좋아요를 누르고, 또 아래의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려고 하면 10초를 기다리라는 메세지 창이 뜬다. 가끔은 '그냥 안눌러' 혹은 '이런 기능이 왜 있지?' 등의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빨리빨리만 외치는 이 사회에 꼭 필요한 기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학교를 가는 버스에서 앞에 앉은 남학생이 아주 아주 빠르게(1초에 2~3명의) 여자 사진을 휙휙 넘기며 틴더를 하는 것을 보았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나도 1초에 몇 명씩 넘기며 보는 속도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만약 네이버처럼 댓글에 좋아요를 누를 때마다 그 텀이 10초로 설정되어 있다면 사실 Poll Everywhere과 같은 실시간 답변 플랫폼에서 피드백에 참여하는 참여율이 매우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동일한 댓글의 좋아요, 좋아요 취소를 누르며 일종의 수업 방해를 하는 행동은 제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한 명이 시작했지만, 그 아래 댓글들의 좋아요 수도 계속 왔다리 갔다리하며... 대혼란이 잠깐 오긴 했다. 후... 너네 대학생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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