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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세모 Mar 04. 2023

90년대 아파트에서 살기

한국 대표 주거, 아파트

위치 : 이수역 우성 3단지 아파트, 이수역에서 도보 13분

기간 : 2009.09-2010.06

면적 : 공급면적 59.13 제곱미터 / 전용면적 46.75 제곱미터

특징 :  복도식 아파트, 주방 1개 방 2개 욕실 1개

구성원 : 고등학교 친구

구비된 가구 :  집주인의 가구(침대, 책상, 행거)

준공년월 : 1993.12

건설사 : 주식회사 우성건설


고백하건대, 이전까지 그 흔한 아파트에 살아 본 적이 없었다.아파트의 첫 기억은 이렇다. 내가 사는 지방에도 맨션이라 불리는 아파트가 지어지기 시작했고, 주변 친구들이 아파트로 많이 이사를 갔다.

유치원 친구들 집이나 엄마 친구네 집은 나처럼 마당이 있는 주택이었는 데, 초등학생 때 사귄 친구들 집은 아파트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어린 마음에 눈이 동그래졌다.  단독주택 2층집에 사는 친구집에서는 방바닥이 떠있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 아파트의 구조는 놀라웠다. 2층 위에 3층, 3층 위에 4층, 9층 위에 10층이라니..  내 발바닥이 닿은 10층의 바닥은 저 땅바닥에서 멀리 떠오른 채로 있다.

어린아이 특유의 적응력으로 금방 익숙해졌지만 처음 아파트를 접했을 때는 너무 놀라웠다.

어느 날 엄마가 나를 하루 동안 친구집에 맡겨놓았을 때, 그날 밤을 똑똑히 기억한다자려고 누웠는 데 갑자기 공중에 떠있는 방바닥이 머릿속을 꽉 채웠다. 작은 심장이 콩콩댔다.  

이 건물이 무너지면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으로 잠에 빨리 들 수 없었다. 하지만 눈을 깨니 아침이었다.


어릴 때 아파트는 놀 곳이 많지 않은 우리에게 놀 공간을 제공해주었다지방이라고 서울보다 아이들이 놀 공간이 넘쳐나지 않는다. 뒷산하나 더 있는 정도랄까? 오히려 어린이를 위해 제공된 공간은 부족했다. 학교 운동장 구석에 마련된 곳, 유치원의 놀이터 뿐이었다.

그 당시 동네 아파트는 단독형이 많아서 집근처 아파트중 놀이터를 갖춘 곳은 없었지만 대신 잘 포장된 하얀 시멘트 바닥은 우리가 놀기 좋은 또다른 장소였다. 운동장이나 뒷산에서 못하는 것들 판판한 땅이 필요한 일들을 그 공터에서 했다. 아파트 주위를 돌며 자전거도 타고 스케이트보드도 탔다. 아파트가 만드는 그림자를 쫗아다니면서 친구들과 핑클, SES, H.O.T 의 춤을 연습하기도 했다.


주제에 벗어난 이야기지만 이렇게 어린 시절을 회상해보니 참 놀 곳이 없었는데도 놀려고 애쓴 과거의 우리가 찔끔 안쓰럽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보자.낙성대 원룸 다음으로 구한 집은 아파트였다.

학교 커뮤니티에 괜찮은 집(이 아파트)을 보고 계약이 채 끝나기 전 집을 내놓았다.  2호선 도로변에 있던 원룸은 금방 다른 사람이 구해졌다. 커뮤니티에서 구한 아파트는 학생 한 분이 10개월동안 개인 사정으로 집을 비워야 해서 보증금없이 월 30만원에 내놓은 것이다.

기존 원룸보다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훨씬 좋은 공간을 사용할  있게 됐다.

물론 학교에서는 멀어졌지만 좁은 공간이 답답했던 나에저정도 거리는 문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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