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이 일어나 살구 밥을 챙기고 아침으로 가래떡을 구웠다.
(요즘 구운 가래떡과 조청 조합에 중독돼 있음)
너저분한 식탁에 가래떡 자리를 만들고 나는 내 자리에 앉았다.
(너저분한 이유는 아직도 셀프인테리어 중이기 때문에)
조청에 흠뻑 젖은 가래떡을 오물조물하면서 창을 바라보니
(창은 불투명창이라 밖은 안 보이지만 남향이라)
햇살이 쨍하니 봄이 온 것만 같았다.
(착각이었다. 매서운 추위였다.)
봄이 와서 언니한테 연락을 했다.
(1월부터 해야지 했지만)
봄이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늘 보던 친구들이 아니라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도 가볍게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사회성이 없다고 사람을 싫어하진 않는답니다. 물론 싫어하는 사람도 있죠. 많죠. 많나?)
저녁을 먹기로 하고 사무실로 갔다.
존댓말을 쓰는 언니와 드롭박스와 싸우는 언니와 별 시답잖은 나의 질문들에 답하던 언니를 사무실에 두고
고기를 혹시 먹니?라고 묻는 언니와 함께, 네 먹어요.라고 말한 나는 고기를 먹으러 갔다.
아니 그러니까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무려 4인분의 고기를 먹으며 나누던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붕어빵 3인분을 사버리게돼서 편의점 알바생과 나눠먹으려 했으나 실패하고 혼자 6개까지 먹었다라고 말하고 있는 언니의 표정과 몸짓, 끌려온 에피소드에서 새어 나온 귀여움으로 귀여웠다고 남겨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2.
.. 쑥쑥 자라서 공연장! 수영장!이라고 써놓고 살구와 산책을 하며
또 혼자 쑥쑥 까지 자랄 필요가 있나. 그냥 천천히 자라자. 아니 자란다는 건 뭘까.
붕어빵 너머로 남몰래 한 고백을 짚어본다. 뿌리내린 건축(지어지는 것에 한해서)과 뿌리 없는 나, 무거운 것 사이 가벼운 나... 건축을 알아가면서 나를 아는 것 같고 나를 알아가면서도 건축(여러가지 방면으로)을 알아가는 것 같다. 맞춰나가는 것 같다. 또 부끄럽지만 나의 결과물과 지향하는 바와의 벌어진 차이 같은 것, 나의 실패.
잡념은 산책하는 살구 엉덩이 리듬에 맞춰 쑥쑥 쑤루루루 쑥쑥 쑥 살구 쑥쑥 사루구루 쑥쑤루쑥쑥 노랫소리가 되었다.
행인 두 명이 흘겨보았다.
쑥쑥은 빼고- 무엇도 되고자 하지 말고 자라는 건, 언니가 말한 돌이 되어보는 것과 비슷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