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처입은 치유자 Aug 03. 2021

너 나보다 선배였구나

유전자의 힘

방학은 그동안 부족했던 공부를 채워가고 메워 갈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다.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서 다음 단계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물론 이것은 학창 시절 공부를 꽤 열심히 했던 나의 생각이다. 

하지만 아들에게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학교의 레벨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엄마의 소신이 아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아들에게 방학은 그저 실컷 놀고, 놀면서도 늦게 잘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다.


천하태평 놀고 있는 아들을 보고 있노라니 

그래도 곧 고등학생인데 

지금껏 단 한 번의 사교육 없이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풀어서 키운 것은 아닌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중간에 그만둘 것이면 아예 시작을 말았어야 하는데.. 아이를 상대로 너무 모험을 건 게 아닐까?

그 걱정은 교육에 대한 나의 의지와 자부심보다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공부에 취미가 없는 아들 때문에 속이 터질 때쯤,

불안과 걱정으로 뒤덮인 폭탄을 가슴에 품고 깊은 바다로 뛰어들어 고요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마음을 정리해 본다.




이 세상에 나를 닮은 생명체가 있다는 것은 소름 끼치도록 신기한 일이다. 


막내는 내가 하는 브런치를 식사인 줄 알았지만,

아들은 나보다 먼저 브런치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내가 브런치 작가 응모를 위해 글을 쓰는 것을 보더니 아는 척을 했다.

그리고 심지어 본인은 '티스토리'라는 블로그에서 먼저 글을 쓰고 있기까지 하다며 내게 건투를 빌어줬다.

지난 방학부터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글을 올리고 있고 조회수가 진작에 천명도 넘었다고

묻지도 않은 말을 줄줄 설명해주며 어깨를 으쓱 인다. 


막막한 한량으로만 알았던 아들이 글을 쓰고 있다니..

그것도 엄마보다 더 먼저 하고 있다니.. 순간 짜릿한 감동이 왔다. 안도라고 해야 할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친정아빠는 바쁜 가운데서도 독서와 메모를 즐겨하시는 분이다. 아빠의 필력은 늘 거기서 나왔다.

친정에 가보면 때 묻은 수첩들이 얼마나 많은지, 가끔씩 아이디어가 필요한 때 아빠의 수첩이 간절하다.


남동생은 방송 극작을 전공했다.

비록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지금의 시간이 언젠가 다시 이 일을 시작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응원하고 있다.


아들은... 알고 보니 나보다 선배였네!


아.. 글 쓰는 것은 내가 제일 늦깎이인 셈이었다. 

잘 깎아 정성스레 담은 복숭아 접시를 고이 받쳐 들고 선배님의 방문을 똑똑 두드린다.

작가의 이전글 여행의 또 다른 이름, 참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