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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처입은 치유자 Aug 09. 2021

우울 본심

브런치조차 싫은 날


그런 날이 있다.


좋아하는 브런치조차 열어보기 힘든.. 유독 그런 날.
그 누구도 내게 작은 질문 쪼가리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결정을 내려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으면 좋겠는 날.


당연한 일과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

열심히 무엇인가를 함에 있어 그 의미를 잃어버리는 날. 


이런 나의 마음을 안아 올려 줄 따스한 사람과의 관계가 필요한데도 막상 만나려니 이내 두려워지는 날.

나의 속을 마구 쏟아 내놓고 싶다가도 그래서 뭐가 달라지나 싶어 미련한 나를 원망하는 날.


남들에게는 '네 속을 쏟아 놓으라'라고 하면서 정작 나의 속은 느끼지도 보지도 못한 채,

곪았음을 알았을 때에는 이미 너무 늦은걸 후회하는 내가 

너무 한심해서 거울을 쳐다보기도 싫은 그런 날.


그런 날,
나마저 나를 포기할 수는 없어
잔뜩 웅크려 곰만큼 무거운 나를 다독여 겨우 데리고 나간다.
돈가스를 먹이고 
달달하고 시원한 코코아도 사주고 동네를 걷게 한다. 

차마 인간이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하늘에는 펼쳐져 있고
그래도, '내가 지금의 나'임에 감사하게 되는 숙연한 광경들을 마주한다. 

작은 벽들에 쉽사리 번번이 무너지는 내가 부끄럽기도 하다가 결국 약함을 인정하게 된다.

사실은
일상들이 싫은 게 아니라 좋아서였다.
너무 좋고 소중해서 잘 지켜내고 싶은데
자신이 없어서 그랬노라고. 잠시 한눈을 팔아보니 내가 작게 보였노라고.

나에게 사과하고 나와 화해를 한다.
그리고 '오늘도 잘 버텨내느라 수고했다'라고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건네며 일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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