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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처입은 치유자 Aug 05. 2021

커피 한 잔 보다 못한 당신

내 글은 한 편에 3천 원

"당신은 커피가 왜 그렇게 좋아?" 


남편의 질문으로 갑자기 생각에 잠겼다. 

나는 커피를 왜 좋아할까, 언제부터였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건대

대학교 때 선배들이 한 번씩 사 주는 자판기 커피를 마시다 보니 커피의 세계로 입문하게 되었다. 

저 쓰고 단 걸 굳이 돈 주고 왜 마실까 하다가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사람들은 각성의 효과를 위해서 커피를 마신다는데, 나는 커피를 마셔도 졸음을 잘 이기지 못한다. 

그런데도 하루 한 잔 꼭 커피를 마시니 남편이 궁금했나 보다.


언젠가 몸이 안 좋아 한의원에 가니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끊으라고 했을 때 너무 절망적이었다.

일전에 작은 수술을 했을 때는 수술 후에 커피 마시지 말라고 할까 봐 

그게 제일 걱정이 되었을 정도로 이젠 커피 없는 삶은 상상이 안 된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커피가 더 좋아져서 관련 제품들을 하나씩 구입하기 시작했다.

분쇄기가 포함되어 있는 핸드드립 세트, 거품기, 컴프레소를 사서 쓰다가
내가 커피 좋아하는 걸 알고는 주변에서 커피머신을 선물해 주기도 했다.

이런 홈카페의 커피도 꽤 즐기는 편이다. 아기자기 재미도 있고 내 취향대로 만들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도 나는 요즘 카페를 종종 찾는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학습으로 온 가족이 모두 집에 있기 때문이다.


단순 마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소와 시간을 찾는다.

커피를 시켜놓고 한참을 그대로 두었다가 마시기도 한다. 

일에 집중하고 잠시 환기를 시킬 시간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 모금으로 피로를 녹여낸다.


나에게 커피는

독립되고 조용한 공간이 되어주고, 혼자 무엇을 해도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시간이며

때로는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사람도 되고,  필요로 하는 분위기 그 자체이다. 

남편님 아시겠습니까.


이걸 남편에게 설명하다가 나도 모르게

가만 보니 당신은 커피만도 못 해.

라고 심한 말을 해버렸지지만 별로 미안하지는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이 다 담겨있기 때문이다.


남편도 멋쩍어 하긴 했으나, 커피에게 밀릴 수 없다며 커피를 매일 사 주겠다는 싱거운 멘트를 날린다.


커피는 3천 원만 투자하면 나의 기분과 상태를 이해해준다.

그 향은 열정을 주고, 목 넘김의 순간은 내게 에너지를 준다.

그리고 결국 한 편의 글을 탄생케 한다.


그래서 내 글은 한 편에 3천 원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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