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은 한 편에 3천 원
"당신은 커피가 왜 그렇게 좋아?"
남편의 질문으로 갑자기 생각에 잠겼다.
나는 커피를 왜 좋아할까, 언제부터였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건대
대학교 때 선배들이 한 번씩 사 주는 자판기 커피를 마시다 보니 커피의 세계로 입문하게 되었다.
저 쓰고 단 걸 굳이 돈 주고 왜 마실까 하다가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사람들은 각성의 효과를 위해서 커피를 마신다는데, 나는 커피를 마셔도 졸음을 잘 이기지 못한다.
그런데도 하루 한 잔 꼭 커피를 마시니 남편이 궁금했나 보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커피가 더 좋아져서 관련 제품들을 하나씩 구입하기 시작했다.
분쇄기가 포함되어 있는 핸드드립 세트, 거품기, 컴프레소를 사서 쓰다가
내가 커피 좋아하는 걸 알고는 주변에서 커피머신을 선물해 주기도 했다.
이런 홈카페의 커피도 꽤 즐기는 편이다. 아기자기 재미도 있고 내 취향대로 만들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도 나는 요즘 카페를 종종 찾는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학습으로 온 가족이 모두 집에 있기 때문이다.
단순 마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소와 시간을 찾는다.
커피를 시켜놓고 한참을 그대로 두었다가 마시기도 한다.
일에 집중하고 잠시 환기를 시킬 시간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 모금으로 피로를 녹여낸다.
나에게 커피는
독립되고 조용한 공간이 되어주고, 혼자 무엇을 해도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시간이며
때로는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사람도 되고, 필요로 하는 분위기 그 자체이다.
남편님 아시겠습니까.
가만 보니 당신은 커피만도 못 해.
라고 심한 말을 해버렸지지만 별로 미안하지는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이 다 담겨있기 때문이다.
커피는 3천 원만 투자하면 나의 기분과 상태를 이해해준다.
그리고 결국 한 편의 글을 탄생케 한다.
그래서 내 글은 한 편에 3천 원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