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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악치료사 이원지 Jul 15. 2023

자고로 세탁기에 빨래를 던질 땐 말야.

뒤집어 개키지 않아도 될때의 여유롬에 대하여. 

참 건조기 없었을때는 어찌 살았는지. 

빨래가 끝나 건조기에 넣는 과정이 실로 구살머리쩍기도. 

이제 보송하게 마른 옷가지들을 예쁘장하게 접어주어야지. 

수건, 양말, 속옷, 옷들을 개키고 포개다보면 찜부럭이 날 때가 있다. 

으이그. 도무지 양말이고 옷이고 제 모양일때가 없는 것.

어쩜 그리 숭 벗어서 훽 던지는지. 그나마도 바닥에 허물을 벗는 것을 세탁기로 돌린지 얼마 안된다.

그러니깐 나의 말은 무엇인고 하니.(우리 할머니 말투^^) 옷을 뒤집어 개키는 것이 못내 귀찮다는 말이다. 

처음부터 이쁘게 벗어던지면 얼마나 좋아... 그래 나도 알아. 쉽진 않겠지. 


그러다가 뒤집지 않은 것이 하나라도 나올라치면, 나 왜그렇게 고마운지. 

원래의 제 모양대로 던지는 이는 우리집 딱 한명, 홍천이. 

티, 와이셔츠, 러닝샤스, 스웨터, 바지, 거기다 양말까지. (나 속옷은 말 안했다.)

뒤집지 않아도 되는 옷을 맞이할때의 내 마음자세란, 

고마워라 한껏, 잘했어라 두껏, 괜한 여유롬까지 세껏. 


자고로 태초에 두 종류의 인간이 있었으니.

뒤집으면서 벗는 종과, 그저 얌전히 그대로 벗는 종이랄까.

나야 물론 뒤집어"까면서" 시원하게 훽 벗지. 울 딸들은 단연 나를 닮았을게고. 


유난한 세 여자의 긴 머리카락들이 나뒹굴고 세 여자의 감정들이 가지런하지 않고

세 여자의 먹성이 남달라 왕창 벌어야 함에도 여전히 얌전히 별말 않고 있어주어 고마와.

빈틈이 이렇게나 많은데도 잔소리 하지 않아주어 고맙고.


무엇보다,

옷 안 뒤집어도 되게 해줘서

빨래를 개키는 매일의 지난한 과정 속에 잠깐의 여유를 주어서

매우 고마와 홍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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